척추 신경이 손상된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 목적으로 줄기세포 시술을 받다가 오히려 사지마비가 됐다면 병원 측이 손해액의 20%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김종원 부장판사)는 A(37)씨가 병원장 B씨를 상대로 7억6천만원을 청구한 소송에서 "피고는 2억6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07년 4월 교통사고로 목뼈를 다쳐 수술을 받은 뒤 불완전 사지마비 진단을 받았다.

그 뒤 여러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아 5년 뒤에는 보행보조기구를 이용해 평지 보행이 가능한 상태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B씨가 운영하는 병원의 줄기세포 치료 광고를 보고 이 병원을 찾았다.

2012년 3월 이곳에서 1차 줄기세포시술을 받고 20일 뒤에는 2차 줄기세포시술을 받았다.

그런데 2차 시술 직후 A씨는 사지마비 증상을 호소했다.

병원 의료진은 MRI 검사를 했고 시술 부위에 혈종이 생긴 것을 확인, 시술 다음날 아침 혈종제거술 등을 했으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A씨는 시술 중 의료진 과실로 사지마비 증상이 일어났고 증상이 발생한 지 19시간이 지난 뒤에야 대응해 증상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의료진이 줄기세포 시술시 주삿바늘로 척수신경을 직접 손상했거나 혈관을 손상해 출혈로 생성된 혈종이 신경을 압박해 사지마비 증상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또 적절한 처치 및 응급수술을 지연했으며 시술 후유증을 미리 설명하지 않은 과실도 지적하며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배상 책임의 범위는 손해액의 2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미 교통사고를 당해 불완전 사지마비 진단을 받고 재활치료를 받다가 증상의 호전을 기대하며 시술을 받게 된 점, 시술 뒤 병원 의료진이 조치를 취하고자 노력한 점 등을 보면 모든 손해를 의료진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수술의 난이도, 의료행위의 특성 등에 비춰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