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돈 좀 벌어봅시다]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 "돈 못버는 이유는 잦은 매매 탓…주식도 연금처럼 '강제저축'해야"
“증권사나 은행의 추천 상품은 최근 수익률을 기준으로 매달 바뀝니다. 시간이 없는 소비자들로선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제대로 투자하려면 독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자신이 없으면 전문가에게 믿고 맡기는 게 낫습니다.”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돈을 벌고 싶다면 ‘투기’보다 ‘투자’를 해야 한다”며 “제대로 투자하려면 ‘공부’와 ‘일임’ 중 한 가지를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

구 대표의 지론은 “공짜 점심은 없다”다. 시장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내가 투자한 기업(펀드)이 어떤 실적을 내고 있는지를 수시로 들여다보면서 재테크에 임해야 한다는 얘기다. 구 대표는 “투자로 밥을 먹고 사는 펀드 매니저들도 매일 기업을 탐방하고, 수십 권의 서적을 뒤져가며 흐름을 분석한 뒤에야 겨우 종목 하나를 포트폴리오에 담는다”며 “일반인의 투자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즉흥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공부할 자신이 없거나 시간이 부족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찌감치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재테크 서적 대신 시와 소설이나 읽으면서 편하게 지내면 된다”는 설명이다. 믿을 만한 전문가를 보는 안목만 있으면 ‘평균’ 이상의 재테크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

물론 전문가를 고르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지난해 최고 수익률을 올린 펀드 매니저가 이듬해 꼴찌로 추락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구 대표는 “모든 금융상품 투자설명서에는 ‘과거 성과가 미래 수익률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문구가 들어간다”며 “어떤 전문가도 늘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펀드 투자자라면 6개월, 1년 수익률보다는 얼마나 오랜 기간 투자철학을 지키면서 일관성 있게 자산을 운용했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철학과 일관성을 가늠하려면 투자설명서와 최근 편입종목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구 대표는 “투자설명서에는 저평가 가치주들에 투자한다고 써 놓고 실제론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펀드를 굴리는 매니저가 적지않다”며 “전략이 수시로 바뀌는 펀드는 일시적으론 수익률이 좋을 수 있지만 오래가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공포와 불안을 다스려라”

‘고객님의 펀드가 5%의 수익률을 달성했습니다. 새로운 유망상품을 추천해드리겠습니다.’ 금융회사들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자주 보내는 문자 메시지다. 수익률이 올라갈수록 문자의 빈도는 더 잦아진다. 처음엔 고개를 갸웃거리던 투자자도 마음이 바뀐다. 새로운 상품이 더 돈을 많이 벌어줄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재테크족의 이런 행태가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더 갉아먹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금융회사들은 대개 최근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추천상품으로 내세우는데 이 중 대부분이 오를 만큼 오른 상품이란 설명이다. 상품을 갈아탈 때마다 물어야 하는 수수료도 수익률에 마이너스다. 그는 “잦은 매매는 수수료로 돈을 버는 금융회사에만 좋을 일을 시켜주는 것”이라며 “충분한 검토 없이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투자자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이유를 ‘불안과 공포’로 요약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 볼지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내야 장기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통계를 믿지 말아라”

경제성장률, 금리, 환율, 원자재 가격…. 재테크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할 때 눈여겨봐야 하는 지표들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이런 지표들이 사후적으로 자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투자자에게 조언한다. 아예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고르는 금융상품도 있다.

이처럼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구 대표의 견해는 회의적이다. 변수 하나만 바꿔도 결론이 달라지는 게 통계인 만큼 ‘측정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 대표는 “6개월이나 1년치 통계를 기반으로 세상을 예측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며 “노벨경제학상(2013년)을 받은 유진 파머처럼 수십 년 데이터를 추적한 대가들만이 통계로 자기주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시장의 메커니즘이 늘 변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 대표는 “시장은 생물과 같아 어제의 시장이 다르고 오늘의 시장이 다르다”며 “과거의 틀로 미래를 재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 구성훈 대표는

▷1961년 서울 출생
▷1979년 대신고 졸업
▷1984년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2003년 삼성생명 특별계정사업부장
▷2004년 삼성생명 투자사업부 상무
▷2009년 삼성생명 재무심사팀 상무
▷2010년 삼성생명 투자사업부 상무
▷2011년 삼성생명 투자사업부 전무
▷2012년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 전무
▷2013년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 부사장
▷2015년~ 삼성자산운용 대표

안상미/송형석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