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화장품 가게가 밀집한 서울 명동 상가. 한경DB
중저가 화장품 가게가 밀집한 서울 명동 상가. 한경DB
한때 서울 최고의 번화가였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강남구 청담동과 압구정동 등에 밀려 입지가 좁아진 명동이 최고급 ‘명품 거리’로 거듭난다.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와 일본의 롯폰기힐스 주변처럼 문화와 예술을 아우르는 고급 거리로 조성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구상이다.

['고급 상권'으로 변신하는 명동] 화장품 가게만 수두룩한 명동…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처럼 바뀐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명동 상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한 명동지역 발전방안 수립 연구용역’을 지난달 말 사단법인 한국관광개발원에 발주했다”고 7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경쟁력 방안은 연구용역 과정에서 명동관광특구협의회 등 상인과 전문가 협의를 거쳐 올 하반기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서울의 대표 번화가였던 명동은 수십년간 문화·예술 중심지였다. 각종 패션 및 주얼리 상점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유행을 선도하는 고급 상권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강남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1990년대 후반 청담동과 압구정동 등에 점차 밀리기 시작했다.

쇠퇴해가던 명동 상권을 되살린 건 외국인 관광객. 명동은 2000년대 중반부터 아시아권 관광객이 몰리면서 다시 붐비기 시작했다. 2015년 한 해 동안 850만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명동을 찾았다. 서울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80% 이상이 명동을 찾는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방문객 중 절반가량이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다.

하지만 요우커가 늘면서 명동이 중저가 상권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요우커들이 즐겨 찾는 화장품 가게는 지난해 136곳으로, 2007년 27곳에 비해 5배가량으로 늘었다. 중저가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이동휘 명동관광특구협의회 사무국장은 “손님 대부분이 요우커여서 화장품 가게 등 상당수 상점이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조선족 출신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우커에 집중하다 보니 국내 젊은이들에 대한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옷이나 화장품을 구입하기 위해 명동을 찾는 젊은이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명동 인근 지하철 4호선 명동역의 하루 유입인구(승하차 인원 기준)는 2011년 653만명에서 지난해 608만명으로 줄었다. 4년 만에 유입인구가 45만명가량 감소한 것이다. 대다수 요우커가 관광버스나 도보로 명동을 찾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국인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 협의회 설명이다. 김재진 서울시 산업거점조성반장은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 경우에 대비하고 화장품에만 쏠린 상권을 다양화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요우커를 노린 불법 노점상이 명동에서 활개를 치는 것도 중저가 상권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진 또 다른 이유다. 지난해 기준 명동에서만 300여개의 불법 노점이 운영 중이다. 대부분 어묵, 떡볶이 등 먹거리를 판매한다.

서울시와 명동 상인들이 내세운 대안은 ‘고급화 전략’이다. 시 관계자는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와 일본 롯폰기힐스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명동을 강남 가로수길처럼 국내외 관광객이 모두 즐겨찾는 명품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관할구청인 중구청, 명동관광특구협의회는 불법 노점상 관리 강화를 비롯해 명품 가게 입점 및 문화예술거리 조성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올 하반기에 계획이 확정되면 서울역 일대와 함께 명동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도시재생에 들어갈 방침이다. 시 고위 관계자는 “서울역고가도로 보행공원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역 일대와 고급 명품 거리로 재탄생하는 명동을 도심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육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