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자산으로 주가를 조작하고 뒷돈을 받은 국내 유명 자산운용사 및 투자자문사 직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박찬호)는 돈을 받고 주식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로 펀드매니저 서모씨(36) 등 8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서씨는 2011년 11월 시세조종 세력으로부터 디지텍시스템스의 주가조작을 의뢰받고 자신이 소속된 A투자자문의 고객 계좌를 이용해 18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했다.

서씨는 이듬해 2월 또 다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최모씨(39)에게 시세조종 세력으로부터 받은 2억7000만원을 주고 19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하게 했다.

같은 해 4월에는 B주식회사 임원에게 13억원을 받고 동료 펀드매니저와 함께 같은 수법으로 이 회사 주식 약 120억원어치를 매수했다. 다른 투자자문·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4명에게도 총 4억4000만원을 주고 이 회사 주식 93억원 상당을 매수하게 했다. 애널리스트 박모씨(35)에게는 펀드 계좌에 B사 종목을 편입시켜 달라는 부탁과 함께 4000만원을 줬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주로 공원이나 도로, 커피숍 등 공개된 장소에서 거액의 현금이 담긴 쇼핑백을 주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자신의 집으로 불러 서랍에 돈을 쏟도록 한 펀드매니저도 있었다. 받은 돈은 대부분 수천만원대 명품 시계를 사거나 여행 경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씨 등의 시세조종으로 디지텍시스템스는 5개월에 걸쳐 두 배 가까이 주가가 올랐고, B사는 3개월 반 만에 30% 넘게 주가가 뛰는 등 일시적으로 효과를 봤다. 그러나 주가 상승은 오래가지 못했고,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상장폐지됐다.

윤희은/황정환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