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다 필리핀으로 도주한 수배자가 한국으로 강제송환됐다. 한국 경찰의 수배를 받은 범죄자가 필리핀에서 강제 송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경찰청이 필리핀 이민청과 범죄자 추방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은 2013년 5월 중국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임모씨(40)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해 강제송환했다고 5일 밝혔다. 임씨는 1만4000여명으로부터 판돈 약 706억원을 송금받았다.

임씨는 2014년 주요 도박사범으로 인터폴 적색수배자에 올랐지만 해외를 떠돌며 경찰의 검거를 피해왔다. 이 같은 도피 행각은 임씨가 지난 2일 필리핀 마닐라공항으로 입국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막을 내렸다. 필리핀 이민청은 한국 경찰로부터 받은 수배자 명단에 임씨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심사 과정에서 입국을 거부했다. 이후 필리핀 경찰청에 파견된 한국 경찰관에 통보하고 검거가 이뤄질 때까지 30시간가량 시간을 끌며 임씨를 입국심사 보류자 대기실에 대기시켰다.

곽정기 경찰청 외사수사과장은 “이번 강제송환은 주요 범죄자 추방에 대해 필리핀 이민청과 MOU를 체결한 뒤 얻은 첫 성과”라며 “앞으로도 우리 측 수배자 중 필리핀 도주 가능성이 높은 이들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현지 이민청에 넘겨줘 교민 치안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