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예산 여파 경기 유치원부터 누리과정비 지급 중단
어린이집도 "정말 지원 중단되나" 잇단 문의에 진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둘러싸고 사상 초유의 준예산사태가 빚어진 4일 직격탄을 맞은 경기도 내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새 해 첫 문을 열었다.

대다수 유치원은 방학기간인데다 어린이집은 자율등원 기간이어서 한산했지만 일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집단 퇴원 사태까지 빚어질 수 있다며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특히 유치원의 경우 이날부터 교육지원청이 지급하는 누리과정비가 중단되면서 불안감이 컸다.

사립 유치원들은 누리과정비로 운영비와 인건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인건비와 공과금 지급일이 대부분 하순(25일 전후)이어서 다소 여유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영세 유치원의 경우 미지급 상황이 장기화되면 폐원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수원시 장안구의 한 사립유치원은 방학이어서 정원 190명 중 30여명만 등원했다.

교사 대부분은 휴가 기간으로 다소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누리과정비 지원이 중단돼 남은 유치원 관계자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또 다른 유치원 관계자는 "만약 1∼2월 이내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학부모들은 월 10여만원 내던 유치원비를 33만3천원 모두 부담해야 해 집단 퇴원사태도 우려된다"며 "유치원 입장에서는 인건비와 교재비 등을 충당하지 못해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설마 지원이 중단되겠느냐'는 의구심 섞인 문의가 있어 별일 없을 것이라고 다독이고 있지만 불안하기는 유치원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서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다투기만 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경기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분기별로 각 교육지원청으로 배정하고, 교육지원청은 매달 4일부터 유치원으로 교부했다.

교부일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초 누리과정 파동 직후 혼선을 방지 차원에서 그 해 7월부터 이날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의회에서 예산안 처리가 불발, 준예산 사태를 맞으면서 앞으로 원아 1명당 22만원씩이던 누리과정 지원금이 끊길 위기다.

이런 사정은 어린이집도 마찬가지다.

자율등원 기간인 수원시 권선구의 한 어린이집도 105명 중 10여명만 등원한 가운데 아직 누리과정 지원금을 두고 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누리과정으로 22만원, 차액보육료 3만원까지 지원받아 매달 1만6천원만 내던 학부모들의 보육료 부담이 커지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게 어린이집 측의 설명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들을 돌보는데 보육료 현실화는 커녕 있던 누리과정 지원마저 끊기게 됐다"며 "준예산 사태가 계속된다면 오는 3월부터는 학부모들에게 어린이집 비용을 전부 받을 수밖에 없어 보육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4세 자녀를 둔 박모(36)씨는 "매월 지급하던 22만원을 주지 않는다고 하니 정부에서 내 돈을 빼앗아 간다는 느낌이 든다"며 "사립유치원비도 만만치 않은데,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할 바에는 10∼20만원을 보태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낼 생각도 있다"고 성토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어린이집의 경우 한 달 분을 더 지급하게 계약돼 있어 준예산에 편성되지 않았더라도 2월 말까지 학부모 부담은 없을 것"이라며 "교육청으로의 학부모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학부모들의 반발은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

언론 보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학부모 커뮤니티 등을 통해 보육대란 상황을 공유하며 해결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학부모들이 누리과정비를 부담하게 되거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옮겨야 할 상황이 오게 되면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강영훈 기자 k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