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미편성에 따른 유치원의 ‘보육대란’이 4일 현실화됐다. 경기도 공·사립유치원에 지원해야 할 누리과정 예산이 지급되지 못한 것이다.

경기교육청은 경기도 예산안 처리 불발로 촉발된 준예산 사태와 관련해 이날 ‘예산집행 계획’을 수립해 각 부서와 교육지원청 등에 통보했다. 인건비와 기관운영비 등 최소 경비 8조8710억원으로 누리과정 예산은 제외됐다. 교육부가 “지방자치법(131조)에 따라 법령상 의무 집행 비용인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라”고 요구했지만 경기교육청이 거부한 것이다.

경기교육청이 유치원 보육비 예산을 분기별로 각 교육지원청에 배정하면, 교육지원청은 매달 4일 유치원에 나눠줬으나 이날 결국 지급되지 못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도의회 예결위에서
누리예산을 전액 삭감한 만큼 준예산으로도 집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외에 서울과 광주, 전남의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역시 시·도 의회에서 전액 삭감돼 이 같은 보육대란 확산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매분기 첫 월에 유치원 누리예산을 지급해온 광주는
오는 10일, 서울은 15일이 지급일이다. 다만 전남교육청은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누리예산 전액 삭감에 대한 재의(再議)를 도 의회에 이날 요청했다.

19만8000여명이 이용하는 경기지역 유치원은 혼란에 빠졌다. 도 교육청이 유치원에 지원하는 누리과정 예산은 사립유치원은 원생 1인당 육아학비 22만원과 방과후과정비 7만원 등 29만원, 공립유치원은 육아학비 6만원과 방과후 과정비 5만원 등 11만원이다. 사립유치원은 이를 받아 인건비 등으로 사용해왔다. 지난해 경기교육청이 유치원에 지원한 누리과정 예산은 월평균 410억원이었다. 이날 예산이 미지급됨에 따라 각 유치원은 학부모에게 교육비 등의 납부를 요구하거나, 자체적으로 대책을 세워 유치원을 운영해야 할 상황이다. 이날 경기교육청 담당 부서에는 “누리과정 지원이 중단된 게 맞느냐”는 유치원 학부모의 문의가 이어졌다.

수원 장안구의 한 유치원 관계자는 “만약 한두 달 내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학부모들에게 유치원비 22만원을 청구해야 해 집단 퇴원 사태도 우려된다”며 “유치원은 인건비와 교재비 등을
충당하지 못해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웅/수원=윤상연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