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 환자, 과도한 방사선 치료는 오히려 독"
“직장암을 완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나오고 있다. 처음부터 수술을 통한 치료로 접근하기보다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대안치료를 하는 게 생존율을 높이고 국가 의료비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지나 브라운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사진)는 “직장암을 수술로 치료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브라운 교수는 세계 최초 암병원인 영국 ‘로열 마스덴’ 소속 의사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직장암 환자의 진행 정도를 파악해 맞춤 치료를 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이 치료법으로 말기 직장암 환자 생존율을 10~15% 높였다.

브라운 교수는 최근 경희의료원, 로열 마스덴,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가 함께 주최한 ‘제1회 후마니타스 국제 암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경희의료원은 2017년 ‘후마니타스 암병원’ 완공을 앞두고 심포지엄을 열었다.

경희대 의대 자문교수로 위촉된 그는 “한국 의사들과 국제 직장암 협의체를 구성해 직장암 진료 국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내 직장암 환자들도 암 진행 정도와 자신의 상태에 맞는 맞춤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직장암 환자는 수술 중심의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 같은 치료법이 환자에 따라 부작용이나 재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게 브라운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초기 직장암 환자는 수술이 아닌 국소 치료로 종양을 제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외과뿐 아니라 종양내과 방사선과 등 다양한 진료과의 의료진이 초기부터 함께 진료해 완치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MRI로 암 진행 정도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브라운 교수는 “전문센터가 많지 않은 미국은 방사선 치료를 상당히 많이 한다”며 “반면 유럽에서는 협진을 통해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할지 여부를 구분해 치료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전문센터가 많아 미국 치료 방식을 따를 필요가 없는데도 많은 환자가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소치료 못지 않게 과잉치료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