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자금 등으로 사용 가능성…檢 "엄청나게 많은 차명계좌 확인"
횡령·뇌물 확인 위해 대질신문…김광준 전 검사와 대질도 검토


수조원대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54)이 개인적으로 횡령한 범죄 수익금이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대구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황종근)는 지난 16일 국내로 송환된 강태용을 상대로 사흘째 조사를 벌여 강씨가 조희팔이 운영한 유사수신 업체의 돈을 횡령한 규모가 200억원대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은 이 돈 일부가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강태용과 조희팔 일당이 이용한 차명계좌도 찾았다.

검찰 관계자는 "숫자로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엄청나게 많은 차명계좌를 범죄수익금 은닉 등에 이용했다"며 "대검찰청 전문 인력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계좌추적에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범 조사 등을 진행하면 강태용이 횡령한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은 강태용의 뇌물공여 및 범죄수익 은닉 혐의도 일부 확인했다.

강태용은 조희팔 사건 수사를 담당한 정모(40·구속) 전 경사에게 1억원을 건넸고, 임모(48·구속) 전 경사를 통해 주식 투자 형태로 6억원의 범죄수익금을 은닉했다.

검찰은 강태용이 조희팔 일당과 함께 2조5천억여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것과 뇌물공여 혐의 등은 인정했으나 회삿돈 횡령은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강씨를 구속하고 다음 주부터는 공범 등과 대질 신문을 진행한다.

대구지검은 지난 10월 강태용이 중국 도피생활 중 현지 공안에 검거된 뒤 조희팔 사건 관련자 10여명을 대구구치소와 대구교도소에 이감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태용에게서 2억7천만원을 받고 구속 수감 중인 김광준(54)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와 강태용의 대질신문 가능성에는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희팔 생존 의혹 수사와 관련, "강태용과 조희팔 아들을 비롯해 조희팔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 10여 명은 모두 그가 죽었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지금은 진술밖에 없어 앞으로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계좌 추적 등으로 확인하겠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강태용 송환 이후 사흘 동안 조희팔 일당의 사기 범행, 횡령, 뇌물공여 등을 집중 조사했고 비호세력, 조희팔 생존의혹 등은 강태용 구속 뒤 수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강태용은 검·경 수사가 본격화한 2008년 11월 중국으로 달아났다가 지난 10월 10일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의 한 아파트에서 현지 공안에 붙잡혔다.

강태용이 중국에서 검거될 당시 소액의 현금을 가지고 있었으며, 강태용은 중국 공안에서 7년간 도피 행적을 집중적으로 조사받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강태용은 이날 오후 대구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 국선변호인을 선임했다.

(대구연합뉴스) 류성무 최수호 기자 tjdan@yna.co.kr, su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