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출신 서울대생 투신자살 '충격'  … 네티즌 반응은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수저 색깔이었다"라는 말을 남긴 과학고 출신 서울대 재학생 A군(19살)의 자살 소식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 하루종일 인터넷상에는 청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공감한다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 누리꾼은 “헬(Hell)조선에 적응하는 게 분명 정상은 아니다” 며 “서울대 갈 정도로 노력했지만, 결국 있는 놈한테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공부로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며 “이 시대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이미 수저를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다”며 자조 섞인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비판적인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추위속에서 일하는 노동자, 비정규직, 기초생활 수급자들이 있다” 며 “서울대 갈 실력이면 최소 중간층 이상으로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젊은이는 “서울대생이면 최소 흙수저는 아니다” 며 “작은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가장 현명한 것이다. 패배의식 강하고 만족감 없으면 결국 비극적 결말을 낳는다”고 의견을 냈다.

‘헬조선(Hell+朝鮮)은 인터넷 상에 등장한 신조어. ‘한국이 지옥에 가까울 만큼 살기 힘들고 고통스럽다’라는 의미다. ‘수저’는 개인의 능력보다 부모의 능력에 따라 자식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결정되는 세태를 풍자한 표현이다. 부모가 가진 재산의 정도에 따라 금, 은, 동, 흙수저로 분류되는 이른바 '수저계급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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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A군은 유서에서 “세상에 대한 분노가 너무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며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수저 색깔이었다”고 밝혔다. 또 “일생 동안 추구했던 가치는 합리였다” 며 “하지만 이 세상의 합리는 먼저 태어난 자, 가진 자, 힘 있는 자의 논리에 굴복하는 것이 이 사회의 합리다. 개인적으론 비합리라 여길 수 있어도 사회에서는 그 비합리가 모범답안” 등의 내용도 덧붙였다. A군은 “이 세상에서 버티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이 글을)이곳 저곳에 퍼뜨려 달라. 육체는 죽어도 정신은 살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다.

경찰 조사결과 A군은 넉넉하지 않는 가정형편에 과학고를 우수한 성적으로 조기졸업한 뒤 서울대에 진학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대학 입학 뒤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아라 한경닷컴 인턴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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