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가족 등 줄줄이 법 심판대에…일부 스스로 목숨 끊어
조희팔 비명횡사 가능성↑…"하루빨리 피해 보상, 비호세력 밝혀야"

전국에서 유사수신 사기로 4조원을 끌어 모아 범죄 수익금을 은닉해 호화생활을 했다는 조희팔과 그의 오른팔 강태용(54) 말로가 비참하다.

현재 조씨와 강씨 뿐만 아니라 그들 친인척 일부도 범죄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법의 심판을 받거나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

또 일부는 수사 압박, 심리적 부담 등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4∼2008년 공식적으로 피해자 2만4천500여명을 양산하며 2조5천620억원을 가로챈 조희팔, 강태용 등이 그 업보를 고스란히 되돌려받고 있는 형국이다.

조희팔 등은 사기를 쳐 모은 돈으로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거나 골프 등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에서 황제 도피생활을 이어가는데 범죄 수익금을 사용했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한다.

검찰은 지난 10월 강태용이 중국 현지 공안에 붙잡힌 뒤 조희팔과 강태용 가족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 계좌추적 등을 벌여 범죄수익금 은닉 혐의를 밝혀냈다.

그 결과 12억원 상당의 범죄 수익금을 숨긴 사실이 드러난 조희팔 아들(30)은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 대구지법 별관 제3호법정에서 제5형사단독 김승곤 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조씨 아들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이 지난해 7월 조희팔 사건 재수사에 나선 뒤 조씨 직계 가족이 법정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희팔은 2011년 말 중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비명횡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대구지검에 압송된 강태용과 바로 다음 날 법정에 선 조희팔 아들 모두 사실 여부가 불투명한 조희팔 생사에 "조희팔은 2011년 겨울에 죽었다"고 진술했다.

지난 10월 20일에는 대구 동구 한 사무실에서 조희팔 조카 유모(46)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강태용이 중국 공안에 붙잡힌 지 10일만에 발생한 일이다.

사망 원인은 '급성 약물 중독'으로 드러났고 경찰은 유씨가 항우울증제, 수면제 등을 다량 복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 지었다.

2008년 말 조희팔 중국 밀항을 돕기도 한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 수 십차례 중국을 드나들며 강태용과 접촉했다고 한다.

유씨 지인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유씨가 중국에서 강태용과 만날때마다 수 천만원씩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또 강태용이 중국 현지 공안에 체포되기 전 그의 중국 내 은신처를 한국 수사당국에 제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강태용을 검거한 뒤 조희팔 사건을 본격 수사하자 유씨가 심리적 압박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씨 오른팔 강태용의 경우 자신을 비롯해 부인, 아들, 동생, 매제 등 친인척이 교도소에 줄지어 수감될 전망이다.

수사당국은 거액의 범죄 수익금을 은닉한 혐의로 강씨 부인을 지명 수배했다.

같은 혐의로 강씨 아들 행방도 추적하고 있다.

조희팔 측근 4인방 가운데 한 명인 강태용 동생 강호용(47)은 이미 2013년 11월 징역 7년형을 받고 복역하고 있다.

강호용은 유사 수신업체 수 곳에서 이사와 센터장 직함을 갖고 일하다 사건이 터지자 2008년 11월 형과 함께 중국으로 도주했다.

그러나 3년 뒤인 2011년 12월 중국 옌타이에서 공안에 붙잡혔다.

이밖에 강씨 매제이자 수 조원대 사기극 설계자인 배상혁(44)은 지난 7년간 서울, 경주, 대전 등 전국 곳곳으로 도망다니다가 지난 10월 22일 경북 구미에서 붙잡혔다.

조희팔 사기 피해자들은 지금도 대구지법 등에서 조희팔 사기관련 재판이 열리는 날이면 법정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7일 경남 마산에서 대구지방법원을 찾은 조모(66·여)씨는 "남편, 딸 등 가족이 조희팔 사기로 12억원의 피해를 봤다.

막내딸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기도 했다"며 "하루빨리 피해 보상이 이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희팔 사건 피해자 단체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측은 "범죄에 연루된 조희팔 및 강태용 가족 등이 처벌을 받게 됐지만 늦은 감이 있다"며 "검찰이 철저한 수사로 조씨 일당 비호세력 등을 모두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조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지난 10월 중순 전국 교도소에 흩어져 수감 중이던 조희팔 측근 등 사건 연루자 24명을 대구구치소로 이감했다.

검찰은 희대의 사기 사건 규명을 위해 수시로 이들을 불러 강태용과 대질 신문을 벌이는 등 고강도로 수사할 방침이다.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su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