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학컨설팅센터 출범 1년

공대 교수 85% 연구원 참여
기술 부족한 중소기업들 도와 자문에서 사업화까지 지원

"논문연구 위주서 탈피하자"
산학실적 1년 새 3배 급증…기업 임원 등 전문인력 확보
온라인 타이어 유통업체인 다인은 2013년부터 스마트폰 카메라로 타이어 정보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온라인으로 타이어를 사려는 고객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누구나 쉽게 타이어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에서다. 국내 주요 대학과 연구소 등 10여곳과 접촉했지만 1년이 넘도록 적합한 연구자를 찾을 수 없었다.
김민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SNU공학컨설팅센터에서 열린 기술상담회에서 기업 관계자로부터 기술 개발과 관련한 고민을 듣고 있다. 서울대 공대 제공

김민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SNU공학컨설팅센터에서 열린 기술상담회에서 기업 관계자로부터 기술 개발과 관련한 고민을 듣고 있다. 서울대 공대 제공

그러다 지난해 서울대에 SNU공학컨설팅센터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술 의뢰를 했다. 센터는 개발에 필요한 영상처리와 알고리즘,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면밀히 검토한 뒤 이건우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의 휴먼캐드연구실에 이 업체를 연결해줬다.

1년여간의 산학연구 끝에 다인은 지난 7월 세계 최초로 개발된 ‘실시간 타이어 정보 인식 기술’을 서울대에서 이전받고 세 건의 국내 특허를 등록했다. 이영기 다인 본부장은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고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등에서 특허 출원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SNU공학컨설팅센터가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연 ‘G밸리CEO산학협력테크포럼’ 모습. 서울대 공대 제공

서울대 SNU공학컨설팅센터가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연 ‘G밸리CEO산학협력테크포럼’ 모습. 서울대 공대 제공

울대 공과대학이 운영하는 공학컨설팅센터에서 기술 고민을 해결하는 중소·중견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센터는 “논문 연구와 대기업 위주 산학협력에 매몰돼 산업현장을 소홀히 했다”는 인식에서 지난해 3월 설립됐다. 전체 공대 교수 321명 중 272명(약 85%)이 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센터가 올해 11월까지 기업과 체결한 산학협력 연구과제는 51건으로 지난해(24건)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과제 의뢰 건수도 152건에서 246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9억4000만원이던 기술개발 컨설팅비는 올해 30억원으로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컨설팅센터로 기업이 몰려드는 이유는 공급자 위주로 짜인 다른 산학협력 조직과 달리 수요자인 기업의 기술 고민을 ‘원스톱’으로 해결해 주는 체계를 갖췄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기술컨설팅과 전문가 매칭은 물론 기술교육과 특허 등록, 사업화에 이르는 전 과정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은 언제든 컨설팅센터를 찾아 기술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기업 현실에 맞는 조언을 해줄 전문인력을 확보한 점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서울대 공대는 최기창 전 팬택 전무, 정순효 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 등 대기업 등에서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춘 전직 임원 다섯 명을 산학협력교수로 영입했다. 전담 변호사와 16명의 기술코디네이터도 측면 지원에 나선다. 서울대 공대가 이런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별도로 투자한 금액만 15억원에 이른다.

국내 산업계와 기술 관련 단체 등도 컨설팅센터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한국무역협회 신용보증기금 등과 협약을 맺고 기술상담회 등을 진행했다. 지난달 25일 센터가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서울 신도림동 쉐라톤디큐브시티에서 연 ‘G밸리CEO산학협력테크포럼’에는 160여명의 기업인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남경필 센터장(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은 “협회 등에선 회원사들에 기술컨설팅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워한다”며 “다른 대학에서도 컨설팅센터 모델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컨설팅센터는 중소·중견기업과의 산학협력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서울대의 분위기도 바꿔놓았다. 남 센터장은 “과거엔 교수들이 논문 쓰기 바쁘다며 기술컨설팅을 꺼리기도 했지만 성공 사례가 계속 나오다 보니 조금씩 태도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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