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계 "경제회복 촌각 다투는데 정치파업이라니"

현대자동차 노조가 중단된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을 재개하기 위한 노사 상견례 하루 만에 정치파업에 들어간다.

민주노총의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 방침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16일 1조와 2조가 각 2시간씩, 모두 4시간 파업한다고 15일 밝혔다.

최근 선거에서 당선된 박유기 위원장의 성향이나 전력으로 볼 때 예견됐던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연내 타결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지역사회의 경제회복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 강성 집행부 재출범…예고된 투쟁
지난달 박 위원장이 이끄는 강성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현대차 노조의 정치파업 참여는 예고됐다.

금속노조 위원장 출신의 박 위원장은 2006년 현대차 위원장 때도 한 해에 10여 차례 정치파업을 비롯해 모두 40차례 이상 파업한 강성이다.

강성 위원장이 다시 등장하자 회사의 임단협 재개 과정에서 노조의 파업투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박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도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 주력 사업장으로 노동자 전체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할 역할이 있다"며 "정부 정책이 노동자의 이익을 침해한다면 노조원들과의 공감을 통해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는 (노조의) 정치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지만 지도부가 합법과 불법을 따져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박 위원장의 이 같은 취임 일성이 정치파업 동참 결정으로 현실화된 것이다.

◇ 중단된 임단협 재개…분리교섭 놓고 노사갈등
노사는 노조위원장 선거로 중단했던 임단협을 15일 재개했으나 갈등의 험로를 달려야 한다.

정치파업으로 노사 신뢰에 금이 갈 수밖에 없는 데다, 노조가 임단협 주요 안건을 분리해서 협상하자고 요구하면서 기존 협상의 틀 자체가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임금성 요구안만 먼저 교섭해 올해 안에 마무리하자고 한다.

그러나 회사는 임금피크제 확대안이나 전 집행부와 잠정합의까지 한 주간연속 2교대제 근로시간 단축안(1시간), 통상임금 현안 등을 내년으로 미룰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와 조합원들이 희망하는 임단협 연내 타결이 쉽지 않은 이유다.

박 위원장도 선거 과정에서 "임단협 기간 필요하다면 강력한 총파업도 전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 지역 상공계 "정치파업 안 돼"
노조의 민노총 총파업 동참 결정이 나오자 지역 상공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울산 3대 주력업종이 위기를 맞고 있어 파업만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상공회의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각 경제주체가 경제회복을 위해 촌각을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 노조가 정치파업을 결정해 상공인들과 울산시민들은 큰 실망과 안타까움을 넘어 지역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는 지역경제와 국가경제 회복을 위해 생산 활동에 전념해주길 간곡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합원 사이에서도 정치파업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노조 집행부는 "총파업 투쟁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는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조합원들은 집행부가 투쟁을 결정한 만큼 따라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연내 타결을 위해 협상에 집중해야할 때 정치파업은 너무 한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한 조합원은 "임단협을 빨리 타결할 수 있도록 강한 집행부를 희망했는데 교섭을 재개하자마자 정치파업부터 한다니 갑갑하다"며 "제발 교섭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노사관계 전문가는 "글로벌 사업장인 현대차를 바라보는 계열사나 협력업체가 적지 않은 만큼 파업을 자제하고 노사가 대화와 양보, 대안 제시를 통해 당면한 임단협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