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대신 에쿠스 타고 마지막 재판 출석…임직원들 굳은 표정

15일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실형을 받은 이재현 CJ 회장은 재판이 끝나고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집행유예를 예상했지만 재판장의 입에서는 '실형이 불가피하다'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 공판기일 때 구급차를 타고 침대에 실려 왔던 것과 달리 이날 이 회장은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재판 15분 전 법원에 도착했다.

주위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앉은 이 회장은 3층 법정으로 올라갔다.

100여 석 규모의 법정은 이미 언론과 CJ 임직원, 이 회장의 의료진으로 가득 찼다.

이 회장은 털모자, 목도리로 온몸을 싸맨 모습이었다.

얼굴 대부분은 커다란 마스크로 가렸다.

그는 재판부가 약 20분간 판결을 읽는 동안 몸을 뒤로 기댄 채 눈을 감고 말없이 있었다.

양측에 앉은 변호인만 초조한 듯 두 손을 모아 쥐었다.

서울고법 형사12부(이원형 부장판사)는 이 회장에게 원심의 징역 3년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는 말은 없었다.

무거운 죄를 짓고도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나는 이른바 '회장님 판결공식'이 또다시 깨지는 순간이었다.

재판부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 회장이 하루빨리 경영에 복귀하는 게 경제적인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점도 충분히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벌 총수도 법질서를 경시해 조세포탈, 재산범죄를 저지르면 엄중히 처벌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더 크게 봤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재판부의 말에 이 회장은 얼굴 변화없이 그대로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다소 충격을 받은 듯 선고가 끝나고도 법정을 떠나지 못했다.

법정에 있던 CJ 임직원들도 입을 다문 채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결국 선고가 끝나고 10여 분 후에서야 이 회장은 다시 휠체어를 타고 법정을 나왔다.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를 태운 에쿠스는 50분 만에 다시 법원을 빠져나갔다.

그는 현재 구속집행정지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