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천경자 화백의 장녀 이혜선 씨(오른쪽부터)와 부경대 윤광운 명예교수, 김영섭 총장 등이 11일 부경
대에서 천 화백 작품 기증 및 기념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경대 제공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장녀 이혜선 씨(오른쪽부터)와 부경대 윤광운 명예교수, 김영섭 총장 등이 11일 부경 대에서 천 화백 작품 기증 및 기념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경대 제공
‘천경자 기념 미술관’이 부산 부경대(총장 김영섭)에 생긴다.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장녀 이혜선 씨(70)는 천 화백 유작 1000여점과 소장품 3000여점을 부경대에 기증하고, 부경대는 천 화백의 작품을 전시하고 업적을 기리는 미술관을 짓기로 했다.

이씨와 김영섭 총장은 11일 부경대 대연캠퍼스 동원장보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김 총장은 “지난 10일 천 화백 유족과 함께 미술관 건립 및 작품 기증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2020년까지 부경대 대연캠퍼스에 미술관을 짓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경대는 60억원을 들여 1320㎡에 전시실과 영상실, 수장고 등이 포함된 최첨단 미술관을 세울 계획이다. 운영 중인 대학 박물관에 내년 100㎡ 규모의 임시 전시실을 마련해 운영할 방침이다.

이씨가 천 화백 작품을 부경대에 기증한 이유는 천 화백을 미술의 길로 인도한 고 김임연 씨와 그의 아들 윤광운 부경대 명예교수와의 인연 때문이다. 김씨는 광주공립여고보(현 전남여고) 시절 천 화백을 발굴해 일본 유학을 권유한 미술교사이고, 김씨와 천 화백은 평생 스승과 제자로 지냈다. 천 화백 생전 윤 교수는 어머니 김씨와 함께 천 화백의 전시회를 자주 보러 다니며 매우 친하게 지냈다. 1994년 김씨가 80세에 첫 전시회를 열었을 때 천 화백이 참석해 개막 테이프를 끊었고,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천 화백의 마지막 전시회 때는 윤 교수가 어머니와 함께 참석할 정도로 인연이 깊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부경대에 기증한 또 다른 이유는 천 화백이 부산을 ‘미술의 고향’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남 고흥 출신인 천 화백은 6·25 피란시절 부산에서 첫 전시회를 열어 화가로서의 토대를 닦았다. 이씨는 “부산은 어머니가 그림을 시작하는 발판이 된 지역”이라고 말했다.

‘꽃과 여인의 화가’로 불리는 천 화백은 1998년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하고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가 지난 8월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천 화백은 여인의 한(恨)과 환상, 꿈과 고독을 화려한 원색의 한국화로 그려 1960~1980년대 한국 화단에서 여류화가로는 보기 드물게 자신의 화풍을 개척했다. 1991년 천 화백은 ‘미인도’(국립현대미술관 소장)를 둘러싼 위작 시비로 절필을 선언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