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정오로 늦춰진 한상균 체포작전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사진)에 대한 검거 시한이 하루 연기됐다. 9일 경찰이 조계사 진입을 시도하며 조계종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한바탕 진통을 겪은뒤 찾은 절충점이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숨은 지 25일째를 맞으면서 서울 시내 치안 공백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1000여명을 동원해 한 위원장 검거를 시도했다. 전날 강신명 경찰청장이 한 위원장의 사찰 퇴거 시한을 이날 오후 4시로 정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의 종교시설 진입은 2002년 이후 13년 만이다.

경찰은 앞서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한국 불교를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것”이라는 조계종 관계자 및 신도 200여명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오후 3시30분께부터 1시간여 벌어진 양측의 충돌은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오후 5시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일단락됐다.

자승 스님은 “10일 낮 12시까지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해결할 테니 경찰은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이를 받아들여 조계사 내에 진입했던 경찰 병력을 철수시켰다. 경찰은 “10일 낮 12시까지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당초 방침대로 엄정하게 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이어 조계종도 사실상 퇴거 시한을 정하면서 10일에는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위원장 스스로 조계사를 걸어나올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지난 8일 민주노총이 “위원장 검거 즉시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아 한 위원장을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이 길어지면서 하루 1280명씩 검거 및 경계작전에 투입된 일선 경찰들의 피로가 가중되고 있다. 민생 치안업무 처리가 지연되는 등 치안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계사를 관내에 둔 종로경찰서를 중심으로 다른 경찰서 30곳에서도 하루 세 곳씩 교대로 인력이 차출되면서 이 같은 문제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사건은 경찰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강력범 검거 등 수사를 맡은 형사가 조계사 주변을 지키는 시간만큼 사건 해결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벌써 일선 서에서는 업무 처리 지연과 관련된 민원이 나타나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종로경찰서는 전체 소속 경찰관이 4주째 휴일에 쉬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모든 역량이 조계사로 집중돼 있는 상황이라 수사를 비롯한 통상적인 업무가 사실상 올스톱됐다”며 “지구대에서 올라오는 사건을 접수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 실정”이라고 했다.

마지혜/박상용/김동현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