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곤 의원 "사망사고 발생, 안전교육·관리 미흡하다는 방증"
코이카 "해외운영안전실 설치…매뉴얼 통한 교육 강화하겠다"

최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봉사단원 유 모(여·27) 씨가 태국인 남성(30)에 의해 살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은 2014년 11월 21일 현지 한라직업훈련원에 파견됐고, 1년을 막 넘긴 시점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2일 부검 결과 질식사로 추정했다.

라오스 경찰은 3일 "유력한 용의자를 체포했고,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우리 공관에 알려 피살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태국인이 고인을 왜 살해했는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용의자가 카드 인출을 시도했다는 점과 동료 봉사단원들의 증언으로 미뤄 강도살인으로 추정할 뿐이다.

◇ 사고 경과와 시간대별 코이카 조치 사항
그렇다면 외교부와 코이카는 이번 사망사고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9일 코이카에 따르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오전 11시경. 동료 단원 2명이 고인의 비엔티안 숙소를 방문했다가 누워 있는 그를 최초로 발견했다.

이들은 즉각 현지 경찰과 병원(구급차)에 신고했고, 코이카 현지 사무소와 성남에 있는 본부에도 보고했다는 것.
신고 30분 만에 구급차와 응급구조사가 도착해 1차 조사를 했고, 오후 1시경 주재국 공안부 법의학 조사팀도 방문 조사했다.

당시 이들은 사인이 급성 심장마비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현지 사무소는 오후 2시 30분경 비엔티안 소재 마호숏 병원 영안실에 시신을 안치했다.

코이카 본부는 시신 발견 직후 비상대책반을 가동하는 동시에 비상상황실도 설치했다.

국내 유가족에게 사망 사실을 전화로 알리고, 사망 확인 이튿날인 27일 부모가 현지를 방문해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12월 2일 시신은 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송환됐다.

입국 즉시 부검이 이뤄졌고 시신은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안치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1차 검안 결과 사인을 타인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했다.

외교부와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은 사건 초기부터 피살을 의심하고 라오스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유력 용의자의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라오스 경찰에 전달하는 한편 국과수의 1차 검안 결과를 라오스 당국에 통보했다.

라오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인 태국인을 체포했고, 해당 인물이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3일 외교부에 알려왔다.

이에 대해 이명렬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장은 이튿날 주한 라오스대사를 초치해 엄정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장례 절차도 가족과의 협의를 거쳐 진행됐다고 한다.

2∼4일 3일장을 치렀고, 고인은 4일 경기도 고양시 연화추모공원에 안장됐다.

코이카는 사고 사망자 예우에 따라 제반 비용을 지원해 장례를 마쳤다.

앞으로 코이카 본부 추모비에 이름을 새겨넣고, 영월교육원 추모공원에도 고인의 사진과 이름을 담은 동판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고 후 외상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단원 4명도 지난 5일 국내로 이송, 상담 치료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 "유 씨가 성격이 쾌활하고 남들과도 잘 어울렸기에 자살을 했을 리가 없다"는 동료 단원들의 증언을 듣고도 현지 사무소 측에서는 타살 의심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속전속결로 사고를 수습하려 했다는 점이다.

급성 심장마비라는 첫 발표가 비록 자살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해도 다양한 가능성을 짚어보려 하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둘째, 사고 발견 초기 "유족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워 사고를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코이카 관계자는 기자가 유족과 연락을 시도하려 하자 "사고와 장례 절차 등에 대해 유족이 불만을 제기한 것은 없다"고만 말하며 연락처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셋째, 용의자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범행을 저질렀는지 밝히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 해외 봉사단원 현황 및 사망사고 사례
2015년 11월 기준 월드프렌즈코리아(WFK) 봉사단 파견 현황에 따르면 현재 45개국에 3천398명이 파견됐고, 12월까지 1천370명을 더 내보낼 예정이다.

WFK는 2009년 정부가 출범시킨 해외 봉사단 통합 브랜드로, 외교부·미래창조과학부·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문화체육관광부 등 5개 부처에서 파견하는 7개 봉사단을 통합했다.

이 가운데 순수 코이카 파견 봉사단원은 올 11월 기준으로 일반 봉사단원 1천267명, 협력요원 32명, 협력의사 14명, 자문단 129명 등 35개국 1천442명이다.

코이카는 1990년 네팔·스리랑카·인도네시아·필리핀에 처음으로 44명의 봉사단원을 파견한 이후 25년 만에 106기 봉사단원을 파견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봉사자 수는 5만 1천65명에 이른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해외에 봉사단을 많이 파견하는 나라가 됐다.

그동안 봉사자들은 46개국에서 활동하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였지만 사건·사고도 느는 추세다.

지난 2008년 4건에서 지난달까지 7년간 누적 건수가 126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사망사고는 총 7건. 2012년 스리랑카에서 낙뢰사고로 2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자살 2명, 교통사고 1명, 말라리아 감염 1명, 피살 1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파견된 봉사단원(당시 34세)이 말라리아 확진 판정을 받고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세상을 떠난 데 이어 올해 유 모 씨가 살해되면서 매년 한 차례꼴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 코이카의 안전관리 현황 및 대책
코이카는 2012년 스리랑카 낙뢰 사고 이후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만전을 다하겠다"고 천명하고 여러 조치를 취했다.

안전 업무 총괄을 위한 '해외운영안전실'을 신설한 것을 비롯해 안전 지침 및 재난재해 매뉴얼을 통한 정기·비정기 안전교육도 강화했다.

특히 국내교육(4주), 현지적응교육(8주), 안전집합교육(연간 4회) 시 국가별 특성,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특화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각종 사건·사고 사례를 전파해 공유하고 예방법을 수시로 안내한다.

온·오프라인 안전교육에는 의무적으로 참석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국가별 봉사단 관리요원의 안전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워크숍도 매년 열고 있다.

또 각국 해외 사무소는 전직 경찰을 현지의 '보안책임자'(Security Coordinator)로 채용하고 있다.

현재 12개국에서 12명이 단원들의 신변 안전을 챙기고 있다.

현지 치안 당국과 업무협약(MOU) 체결을 통한 공조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안전사항 확인 후 사무소 이름으로 임차계약을 체결하고, 방범창·이중잠금장치·경보기 등 안전 장비를 설치하는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 대책으로 내놓은 보안책임자 의무 채용, 관리요원 파견 확대 등은 예산을 수반하는 문제여서 실행 여부는 예산 확보 이후에나 가능하다.

따라서 대외용으로만 제시한 것일 뿐 현실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해외 봉사단원 사망사고가 매년 발생한다는 것은 체계적인 안전교육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최근 사고 유형들을 분석해 다시는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보안책임자와 관리요원 확충을 위한 예산 확보와 함께 봉사단원이 희망할 때 공동거주를 허용하는 방안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성남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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