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서 버티는 한상균…검거 벼르는 경찰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사진)의 서울 조계사 은신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한 위원장은 7일 “지금은 조계사를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조계사에 숨은 지 22일째다. 오는 16일 민주노총이 벌이기로 한 총파업까지 조계사에서 지휘하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경찰은 한 위원장 검거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조계사에서 민주노총 관계자가 대신 읽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동개혁 법안 처리를 막아야 한다”며 “(정부가) 나를 구속시켜 노동개악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려 광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계사 퇴거 조건으로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법안 철회를 제시했다. “법안이 철회되면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 스님과 함께 경찰에 출두하겠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공권력의 압박으로 신도들의 불편이 크다”며 조계사 주위 경찰 병력을 철수할 것을 주장했다.

노동개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민주노총은 16일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난 4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향후 투쟁계획’을 확정하며 “파업 전개 일정과 전술운영은 위원장에게 위임한다”고 했다.

조계사 신도회가 “6일까지는 참겠다”고 밝힌 가운데 한 위원장이 이 같은 입장을 내놓으면서 일각에서는 “모양새를 갖춰 나갈 수 있는 명분을 스스로 걷어찼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교시설에 공권력이 쉽게 진입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시간 끌기를 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계사에 공식적으로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요청하거나 물밑 조율하는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조계종과 민주노총 간 논의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없으면 경찰의 선택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조계사 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초·재선의원 모임 ‘아침소리’에서 이노근 의원은 “조계종은 한 위원장이 자연스럽게 나갈 수 있도록 종용하고 경찰은 한 위원장을 체포해 법적 조치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혜/윤희은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