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바이오단지 조성] 서울 개포동 구룡마을, 바이오·의료 클러스터로 바뀐다
서울의 최대 무허가 판자촌인 개포동 구룡마을이 2020년까지 바이오 기업이 대거 입주하는 바이오·의료 클러스터로 조성된다. 당초 서울시가 바이오단지로 조성할 예정이었던 동대문구 홍릉에는 인근 대학과 연계한 연구개발(R&D) 시설이 들어서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창동·상계 지역에 바이오 기업을 유치하려던 계획은 백지화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조성방안 연구용역’ 최종 결과 보고회를 지난 2일 열었다. 연구용역은 지난 3월 서울시의 발주를 받아 산업연구원이 수행했다. 산업연구원은 서울 바이오클러스터 조성 후보지인 홍릉과 구룡마을에 대한 각각의 장단점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용역 보고서에는 홍릉에는 R&D 시설이 들어서고, 구룡마을은 바이오 기업 공장이 들어서는 단지로 조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에 따라 홍릉과 구룡마을 두 곳에 바이오 관련 시설을 입주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룡마을에 바이오단지를 유치키로 한 것은 인근 삼성서울병원 및 서울아산병원과 거리가 가까운 데다 교통 여건상 국내외 기업을 유치하는 데 최적의 장소라는 이유에서다.

당초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홍릉을 서울 제1의 바이오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에 34억원을 우선 배정했다. 홍릉 인근에는 고려대, 경희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각 대학과 연구소가 밀집해 있다. 더욱이 홍릉 일대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방기술품질원 등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기존 공간이 비어 있다.

시는 홍릉을 서울 제1의 바이오·의료 클러스터로 조성하고, 인근 창동·상계 지역에 바이오 기업이 들어서는 단지를 유치할 계획을 세웠다. 창동차량기지가 의정부로 이전하면서 창동·상계 지역도 대규모 개발을 앞두고 있다. 홍릉 일대와 창동·상계에 바이오·의료 등 신산업을 유치해 개발 속도가 더딘 서울 동북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였다.

서울시의 이 같은 계획은 추진 과정에서 반발에 부딪혔다. 시는 바이오·의료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올초부터 관련 기업 및 병원 관계자들과 수차례 간담회를 열었다. 기업 관계자들은 바이오 기업 유치를 위해선 교통 여건상 강남 일대가 최적의 장소라고 입을 모았다. 인근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과의 연계가 가능하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이들은 서울 북쪽에 자리한 홍릉과 창동·상계 지역은 교통 여건상 국내외 기업이 입주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릉엔 대학과 연구소가 밀집해 있어 소규모 R&D 단지로는 적합하지만 교통 여건상 바이오 기업이 입주하는 대규모 단지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창동·상계 일대는 후보지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과 병원 관계자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시는 당초 계획에서 방향을 바꿔 강남 일대에 바이오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시가 선택한 곳은 구룡마을. 시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개발이 예정된 구룡마을은 아무 시설도 들어서지 않은 상태로 체계적인 계획 수립이 가능해 대규모 단지 조성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최종 계획을 내년 초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