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한림원 "뒤처진 공학 교육 확 바꾸자"
한국 공과대학 교수와 학생 10명 중 9명, 기업 10곳 중 7곳은 공학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요인으로 △기업에서 필요한 실무능력 배양 부족 △이론 중심 수업으로 인한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부족 △산업 변화에 부응하는 교육 방식 미비를 꼽았다.

이는 한국공학한림원이 구성한 차세대 공학교육위원회가 공대 교수와 학생, 산업계 관계자 7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다.

이재용 위원장(연세대 교수)은 지난달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공학교육 혁신 3.0포럼’에서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 대학들은 마땅한 교과서조차 결정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산업계 요구 때문이 아니더라도 공학교육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가 공학교육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91.3%에 달했다.

하지만 국내 공학교육은 경직된 수업 운영으로 새로운 지식을 따르지 못하거나 대학원생 배출만을 위한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산업계와 협력이 잘 되는 미국에서도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달리고 미국 대학은 시속 20마일로 달린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우리 대학은 시속 5마일쯤 달리고 있지만, 변화를 거의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학한림원은 이날 새로운 시대에 맞는 공학교육의 방향을 내놨다. 급변하는 기술 상황을 반영해 수학과 과학, 컴퓨터 분야 주요 과목들의 온라인 환경을 조성하고, 산업체와 프로젝트 기반의 교육 아이템을 함께 개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2~3년 주기로 산업계와 공학계가 모여 기술과 시장환경을 반영한 공학 분야 인재상을 논의할 산학소통포럼을 구성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이번에 마련한 혁신방안에는 이 위원장을 비롯해 권오경 한양대 석학교수, 이준수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부원장 등 공학계 전문가 13명이 참여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