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신임 INKE 회장은 “글로벌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사업 코칭을 하겠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김철수 신임 INKE 회장은 “글로벌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사업 코칭을 하겠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세계 각국에 진출한 한국인 벤처사업가의 모임 세계한인벤처네트워크(INKE) 9대 회장에 김철수 싱가포르 의장(53)이 선출됐다. 회장추천위원회에서 단독 후보로 추대된 김 신임 회장은 지난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열린 정기총회에서 각국 의장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 회장 임기는 2년이다. 그는 “글로벌 창업을 돕는 허브 역할을 INKE가 맡겠다”고 말했다.

◆“제품 판매만 도와선 한계”

김 회장은 “15년 된 INKE가 앞으로 또 다른 15년을 준비하려면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설립된 INKE는 그동안 국내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일을 주로 했다. 대기업 해외 지사나 상사 출신이 많은 INKE 지부 의장들의 노하우를 활용한 것이다. 현지 사정에 어두운 수출 벤처기업이 INKE 네트워크를 주로 활용했다. 하지만 INKE가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물건을 팔아주는 역할에 그쳐선 안 된다’는 게 김 회장 생각이다.

그는 “글로벌 창업 지원이 INKE의 새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젊은이들이 지역에 관계없이 마음껏 창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싶다”며 “INKE 안에 글로벌 창업지원 조직을 신설하고 전담 부회장을 둬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사업 경험이 많은 각국 INKE 의장이 창업 초기부터 비즈니스 코칭을 하면 성공 가능성을 훨씬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창업 지원이란 과제를 제시한 것은 자신의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국내 한 대기업 싱가포르 법인에 있다가 2006년 회사를 나와 현지에서 창업했다. 우수한 기술이 있어도 해외시장을 뚫지 못하는 국내 중견기업 제품을 글로벌 기업에 판매했다. 반도체 소재·장비가 주요 품목이었다. 현재 김 회장이 경영하는 디지텍로그는 연매출 2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창업한 뒤 겪은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김 회장은 “INKE 집행부가 바뀌어도 이 사업은 계속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겠다”고 했다. 또 “창업진흥원 등 정부 기관과 함께할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창업 분위기에 대해서는 “게임 같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어 안타깝다”며 “한국에 강점이 있는 반도체, 장비, 기계 등 분야로도 많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부 82개에서 100개로 늘릴 것”

INKE 조직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현재 세계 50여개국, 82개 지부가 있지만 주요 도시와 국가를 전부 아우르기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2년 안에 지부를 10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지역 의장들은 INKE 멤버에서 제외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윤리위원회를 강화해 검증된 사람만 INKE 의장으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만 걸어놓고 현지 사업을 거의 하지 않거나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은 철저히 걸러내겠다는 얘기다.

INKE 회원도 기존 ‘상사맨’이나 대기업 지사 출신 위주에서 전문 투자자, 해외 창업가, 엔지니어 등으로 넓히기로 했다. 다양한 사람을 적극 포용하면 사업 기회도 더 생길 것이란 판단에서다.

김 회장은 “벤처기업협회 안에 INKE 사무국이 있는 만큼 벤처기업협회 회원사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는 “INKE에서도 수출상담회를 많이 여는데 여기선 처음 보는 사람끼리 명함을 교환하고 사업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는 일이 많다”며 “벤처기업협회 회원사와 INKE가 더 단단히 연계되면 이런 상담회를 통하지 않고도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재광/이현동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