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성 갖춰야 통상임금" 1심과 같은 판단…원고 청구 대부분 기각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사실상 사측이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신광렬 부장판사)는 27일 현대차 노조원 23명이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2명에게 회사가 지급할 금액만 소폭 조정하면서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 직급별 대표가 제기한 이 소송의 올해 1월 1심은 전체 원고 중 옛 현대차서비스 소속 노조원 2명의 '일할상여금'(근무 일수를 계산해 지급하는 상여금)만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나머지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서비스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 중 8.7%에 불과해 사실상 회사 측 승소로 인식됐다.

1심은 현대차가 1999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현대차서비스와 통합하기 전 현대차와 현대정공의 상여금 시행세칙에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금 지급 제외' 규정이 있는 점을 들어 이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통상임금으로 보려면 '고정성'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일정한 일수 이상을 근무해야만 지급하는 상여금은 이런 고정적인 상여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역시 "구 현대차 소속 근로자의 상여금은 15일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추가적인 조건이 성취돼야 지급되는 것이므로 고정성을 갖추지 못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상여금은 1987년 지급 개시 당시부터 15일 이상의 근무일수를 지급 요건으로 했는데, 노조는 이런 규정을 알면서 2012년까지 약 25년 동안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점을 종합하면 회사와 노조 사이에 묵시적 합의가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옛 현대정공 소속 노조원들 역시 근무일수 충족 요건이 있다는 이유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와 달리 현대차서비스 소속 근로자들은 근무일수에 따라 일할 계산한 상여금을 지급받아 왔다는 점에서 고정성을 갖췄다고 인정됐다.

다만,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연장수당을 받은 사실을 입증한 정비직 근로자 2명만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또 옛 현대차서비스 소속 근로자들의 상여금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했으므로 이를 소급해 지급하더라도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되지는 않는다고 보고 회사 측의 항소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측은 1심 때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전체 근로자의 3년치 소급분이 3조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고 청구가 대부분 기각되면서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면 실제 전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은 1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