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해지는 금융사기] 1000만원이면 글로벌기업 웹사이트 '뚝딱'
금융사기업체들은 법인을 해외에 등록하고 홈페이지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도 해외에 둬 외국 기업인 것처럼 위장한다. 글로벌 외환(FX)거래업체를 표방한 맥심트레이더 역시 본사와 IP 주소를 미국에 등록해 두고 뉴질랜드에 있는 전화번호를 썼다. 외형만 보면 글로벌 기업이지만 이들의 해외 법인은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 배후에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서 성업 중인 수백개의 해외 사이트 및 해외 법인 설립 대행업체가 있다.

네이버 등 포털에 ‘해외 사이트 제작’을 검색하면 업체 수백여곳을 검색할 수 있다. 이들에게 1000만원 안팎의 돈을 주면 2주일 안에 원하는 나라의 IP 주소와 해당 국가 언어로 만들어진 인터넷 사이트를 구할 수 있다. 해외 법인 등록 역시 마찬가지다. 번역행정사나 관련 컨설팅전문업체 등에 의뢰하면 500만원에 미국 현지에 등록된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돈을 조금 더 내면 현지 은행계좌 개설도 가능하며 현지에 전화번호를 등록하고 대신 전화를 받아주는 서비스도 한다. 미국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금융규제가 적은 동부의 델라웨어주가 선호도가 높다. 케이맨제도 등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등록하려면 단가가 1000만원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3000만원을 주면 조세피난처 법인 등록과 통장 개설, 해외 인터넷 사이트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금융사기업체가 많다”며 “가상화폐 사기를 위해 필요한 가상화폐 거래소 기능을 사이트에 추가하면 500만원 정도 추가로 비용이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