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KB손보 등 5개사에 281억
다른 소송사건 포함 땐 배상금 2000억 넘을 듯

주가조작 배상금 사상 최대
도이치·피해 금융사, 법원 화해권고 이의 없이 수용
현재 손해배상 청구액 2802억…다른 피해자 추가소송 가능성
마켓인사이트 11월24일 오후 4시42분

[마켓인사이트] 도이치, 옵션쇼크 피해액 80% 배상한다

5년 전 이른바 ‘11·11 옵션쇼크’를 일으킨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이 피해를 입은 투자자에게 피해액의 약 80%를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원 결정이 처음으로 확정됐다.

이 결정의 배상기준이 다른 소송사건에 적용되면 도이치은행 측은 2000억원이 넘는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주가주작 배상금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한국 도이치증권은 거액의 배상을 앞두고 자금 마련을 위해 구조조정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11월11일자 A1, 24면 참조

옵션쇼크 배상 첫 확정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31민사부(부장판사 오영준)는 한국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에 대해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해상보험 흥국화재해상보험 신한생명보험 흥국생명보험 등 5개 금융사에 총 281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이날 확정했다.

재판부는 지난 6일 KB손해보험 등이 도이치은행 등을 상대로 낸 총 346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 같은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화해권고결정은 정식 판결이 아닌 일종의 법원 조정절차다.

KB손해보험 등 피해 금융사 측과 도이치증권 양측은 화해권고 결정문을 받은 뒤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법적 기간인 지난 2주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에 화해권고결정이 그대로 확정돼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됐다.

같은 법원 제10민사부(부장판사 이은희)도 지난 10일 현대와이즈에셋자산운용과 예금보험공사, 하나금융투자가 독일 도이치은행 본사와 한국 도이치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제10민사부도 이 사건에서 손해배상청구금액 898억원의 80% 안팎에서 화해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옵션쇼크 피해자들이 도이치은행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2802억원이다. 이번에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낸 현대와이즈에셋자산운용 등 국내 수십개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미국계 헤지펀드 에버레스트캐피털 등 외국 기관투자가까지 가세해 있다. 80%를 배상하라는 내용의 앞선 화해권고결정 기준대로라면 도이치은행 측은 2200억여원을 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번 화해권고결정을 계기로 다른 피해자가 추가로 소송을 내면 배상금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법원 관계자는 “화해권고결정 대신 판결로 가는 사건들도 나올 수 있어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치증권, 20여명 감원

도이치은행 측이 거액의 배상결정을 받은 것은 11·11 옵션쇼크가 사상 초유의 대규모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도이치은행 측은 2010년 11월11일 장 마감 직전에 코스피200지수 종목들을 중심으로 2조4425억원 규모의 ‘매물폭탄’을 퍼부었다. 코스피200지수 선물 콜옵션(살 권리)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여파로 당초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수천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도이치은행 측은 배상금 마련을 위해 한국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한국 도이치증권 임직원 20여명을 징계 명분으로 내보내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이치은행 관계자는 “징계조치 여부에 대해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 11·11 옵션쇼크

2010년 11월11일 발생한 도이치증권의 대규모 시세조종 의혹 사건. 도이치증권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장 마감 10분 전 프로그램 매도를 통해 2조4400억원어치의 주식을 처분했다. 이로 인해 국내외 투자자가 대거 손실을 입었다. 도이치증권은 사전에 풋옵션을 매입해 448억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임도원/김인선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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