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범위 넘어서 새 갈등 야기" vs "진상규명 위해 필요하면 조사"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23일 전원위원회에서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결정하면서 특조위의 권한과 조사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전원위는 이날 격론 끝에 여당 추천 위원 4명이 퇴장한 상태에서 '청와대 등의 참사대응 관련 업무적정성 등에 관한 건'에 대해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다.

전원위는 결의에 앞서 "(이 안건이 의결되면) 관련성이 있을 경우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이른바 논란이 되는 '대통령의 7시간 행적'도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특조위원 17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된 전원위는 결의에 앞서 1시간 30여분 동안 특조위가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조사하는 게 적절한지 격론을 벌였다.

차기환·황전원·고영주·석동현 등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은 "특조위의 조사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발하며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등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만 조사하자는 수정안을 냈지만 부결됐다.

차기환 위원은 수정안이 부결되자 "사퇴하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이헌 부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여당 추천 위원 3명도 회의장 밖으로 나가면서 전원위가 파행했다.

이날 회의 여당 추천 위원들은 '대통령 행적' 조사가 세월호 특별법상 특조위의 조사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반면, 야당 추천 위원 등은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청와대 대응이 적절했는지 조사하다 보면 대통령의 당시 행적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맞섰다.

세월호특별법 제5조 3항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구조구난 작업과 정부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를 특조위 업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24조는 조사신청 각하 사유로 ▲ 조사신청이 위원회 조사대상에 속하지 않는 경우 ▲ 조사신청 내용이 그 자체로서 명백히 거짓이거나 이유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 이미 각하한 조사신청과 동일한 사실에 관해 조사신청한 경우 등 3가지를 명시했다.

여당 추천을 받은 고영주 위원은 전원위에서 "헌법상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가 아니면 아무리 중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소추를 받지 않게 돼 있다"면서 "특조위가 진상 규명이라는 명목을 들이대며 세월호와 아무 인과관계가 없는 대통령을 막무가내로 조사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을 모욕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야당 추천인 류희인 위원은 "대통령의 당일 행적이 어땠고, 7시간여 동안 어떻게 상황을 보고받고 인식했는지는 이 사건 규명의 기본"이라며 "9·11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도 조사를 받았고 이 내용이 출간까지 된 데는 세세한 조사기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인 박종운 위원은 "청와대 대응이 적절했는지 조사하다 보면 대통령의 행적 자체가 전혀 다뤄지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이를 대통령의 사생활을 조사하는 것처럼 이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한 법조계 해석은 엇갈린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대표인 정주교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조사해 국민적인 갈등을 풀어줘야 할 특조위가 오히려 새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통령의 행적이 세월호 사고의 원인일 수도 없고 특조위의 조사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행적 조사는 세월호 특별법의 국회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지낸 최진녕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도 "대통령이 그 시간에 무슨 일을 했는지가 사고와 어떤 인과관계가 있겠느냐"며 "어떤 사건이건 인과관계를 무한정 넓히고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을 찾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이광철 변호사는 "헌법상 면책 특권 등을 고려할 때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법률적으로 '이익형량'을 따져 대통령 행적 조사가 필요하다면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면책 특권 등의 원칙을 존중할 필요성이 더 큰지, 아니면 세월호 침몰 당시 진상 규명의 필요성이 더 큰지 경중을 따져 결정할 문제라는 논리다.

이 변호사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당시 대통령이 어디에 계셨고 무슨 보고를 어떻게 받아서 무슨 조치를 취하려고 했는지 시간대별로 세세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향후 동일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김동규 기자 mina@yna.co.kr,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