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전철 '헛바퀴'…9곳 중 1곳만 본궤도
서울시의 지하 경전철사업이 겉돌고 있다. 지하철 사각지대의 교통환경 개선을 위해 2007년부터 본격 추진한 경전철 9개 노선 중 본궤도에 오른 사업은 여의도와 서울대를 잇는 신림선 한 개 노선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 부동산중개업소 등에서는 이들 노선 확정을 내걸고 아파트 청약을 권유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전철은 6~10개 차량을 연결해 운행하는 기존 지하철(중전철)과 달리 2~4개 차량을 연결한다.

17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도시철도 시설이 상대적으로 적은 서울 동북부의 교통 여건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동북선(왕십리~상계역) 경전철사업이 원점 재검토에 들어갔다. 우선협상대상자인 경남기업이 지난 16일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서 이 사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차순위 협상대상자인 현대엔지니어링도 사업권을 인수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량리역과 신내동을 연결하는 면목선사업은 상황이 더 나쁘다. 서울시가 지난 9월 민간사업자 모집공고를 재차 냈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서부선(은평 새절역~장승배기역)도 서울대입구역까지 연장이 확정되면서 계획보다 3년가량 착공이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목동·난곡·우이신설연장 노선도 아직 사업을 맡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위례신사선은 노선 변경 여부를 두고 강남구와 송파구 주민 간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 경전철은 기존 지하철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됐다. 서울시는 지하철을 이용하기 힘든 지역을 서울 전체 면적의 38%가량으로 분류하고 있다. 시는 이들 지역에 대한 경전철 건설을 골자로 하는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을 지난 6월 다시 내놨다. 2007년 시작한 기존 7개 노선(신림·동북·면목·서부·우이신설 연장·난곡·목동) 사업을 계속 추진하면서 별도 계획한 위례신사선과 위례선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상을 달리는 위례선을 빼고 전부 지하철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지하철역 하나가 들어서면 인근 지역 개발 가치가 최대 1조원 가까이 올라가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전철 사업 지연으로 분양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던 동북선 사업에 대한 주관사의 사업 포기로 성북구 길음뉴타운 등 동북 4구(성북·강북·도봉·노원) 일대의 지하철 교통 여건은 단기간에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길음뉴타운 내 반석부동산의 최준식 대표는 “이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동북선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자사업에 내재돼 있는 문제점을 간과했다”고 털어놨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