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좌초 위기] 한발도 못 나간 '일반해고 요건·취업규칙 변경'
근로자 일반해고 요건과 취업규칙 변경 등 이른바 ‘2대 정부 지침’은 노·사·정이 대타협을 이룬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부는 입법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두 개의 행정지침(가이드라인)을 올해 안에 도출한다는 계획이지만 노동계의 반대로 협의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일반해고로 알려진 저(低)성과자 근로계약 해지 기준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변경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는 지난 9월15일 노·사·정 대타협이 발표될 당시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의한다”고 명시했던 사안이다. 노동계와의 충분한 협의가 정부 가이드라인의 전제인 셈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는 16일 “두 가지 지침에 대한 논의를 이제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노동개혁 5대 법안에 포함되는 차별시정과 기간제·파견제 근로자 관련 논의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국회에 17일 보내기로 했으므로 앞으로 남은 미합의 과제들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노사정위는 두 가지 지침이 입법사항은 아니지만 노사가 충분히 협의하기로 한 만큼 노사정위의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정위가 협의를 주도하겠다는 의미지만 노사정위는 구체적인 논의 일정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조만간 노·사·정 간사들이 만나 기존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에서 논의를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노·사·정 대화와는 별도로 일반해고 요건과 취업규칙 변경 문제에 대해 전문가 등과 함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내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을 수렴해 합의안을 끌어내기로 하고 이달 안에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 개최도 계획하고 있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최근 “2대 행정지침 마련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이들 사안에 대한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노사문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노동계가 “일상적인 근로자 해고가 가능해지고 근로조건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며 이들 지침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들 지침에 대한 논의도 결국 노동계의 ‘지연전술’에 말려 비정규직 쟁점 논의처럼 시간만 낭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