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울대 공대 마스터플랜' 성공하려면
서울대 공과대학이 신공학관 등 캠퍼스에 중견·중소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마스터플랜을 세웠다는 본지 보도(11월11일자)가 나가자 대학가에선 “정말 혁신적이다” “파격적이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서울대 학생들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 역량이 이미 중국에 뒤처지기 시작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니 천만 다행”이라고 대체로 환영했다.

“신공학관에 반도체 장비와 재료를 다루는 중견·중소기업이 많이 입주하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제안도 나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개발(R&D) 역량이 취약한 반도체 장비·재료 업체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서울대 공대의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선 앞으로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다. 당장 신공학관을 비워 기업 연구소를 입주시키려 해도 현행 법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 따르면 2011년 법인화로 국유재산을 양도받은 서울대는 10년 뒤인 2021년까지 건물의 용도를 변경할 수 없다. 교육·연구용으로 지어진 신공학관을 기업 입주가 가능한 산학협력용으로 용도 변경을 하려면 앞으로 최소 6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노후화가 심각해 중국 칭화대 등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이전·신축하고 기존 건물들을 재건축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울대 공대는 국내 주요 기업에 투자 참여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이번 계획을 내놓은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은 “중국이 모든 면에서 무섭게 쫓아오는 상황에서 한국이 살 길은 파격적인 변신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중국 대학에 밀리기 시작한 교육·연구시설 투자를 게을리한다면 ‘자원’과 ‘돈’의 열세는 물론 그나마 우위를 점하던 ‘인재’ 분야에서마저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 서울대 본부 또한 공대가 준비한 자구책을 학교 차원의 미래 발전계획에 반영해 실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오형주 지식사회부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