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뒤집고 국제 중재판정 효력 인정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예금보험공사 자회사로부터 400여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업비용 정산 분쟁에서 론스타의 손을 들어준 국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LSF-KDIC 투자회사가 예보 자회사인 케이알앤씨(KR&C)를 상대로 "미화 3천369만8천여달러(약 393억원)와 한화 21억5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LSF-KDIC는 2000년 12월 론스타 펀드와 KR&C가 금융기관 부실자산을 처리하려고 50%씩 투자해 만든 자산유동화 전문법인이다.

2002∼2003년 737억원에 사들인 부산종합화물터미널 부지를 1천350억원에 매각하려다 문제가 생겼다.

LSF-KDIC는 토지를 매입한 업체에 용도변경을 약속했다가 무산되자 KR&C에 미리 분배한 선급금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KR&C가 거부해 사건은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중재재판소(ICA)로 넘어갔다.

ICA는 2011년 4월 KR&C가 부지 처리비용의 50%와 중재판정비, 원고측 변호사 비용까지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LSF-KDIC는 이 돈을 받으려고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중재법상 중재판정 집행은 법원 판결을 받아야 가능하다.

1·2심은 모두 KR&C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중재판정을 인정할 경우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반한다"며 원소 패소 판결했다.

2심은 "두 회사 사이의 중재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ICA의 중재판정이 합의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 분쟁에 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주간 계약 당사자들이 분쟁을 합의로 해결하지 못하면 중재로 해결한다'는 론스타와 KR&C·LSF-KDIC 3자의 중재합의가 유효하다고 봤다.

LSF-KDIC가 주주는 아니지만 협약에 '당사자들(the Parties)'이라는 표현이 있어 중재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KR&C가 선급금을 받으며 써준 확약서가 중재합의상 '주주간 계약'과 관련이 없다는 원심 판단에도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LSF-KDIC는 문제의 땅을 배에 가까운 금액으로 되팔려고 각종 옵션을 걸었다가 사실상 실패했다.

땅을 사기로 한 컨설팅업체를 아예 인수한 뒤 다시 매각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KR&C는 "관련 정보가 부족하고 통역도 준비가 안됐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LSF-KDIC 이사회를 장악한 론스타는 KR&C측 이사들을 제외한 채 매각을 결정했다.

대법원 취지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론스타는 한국에서 철수하며 발생한 비용을 국내에서 받아내는 셈이 된다.

ICA 중재판정 당시 중재인으로 참여한 영국인 비더(V.V.Veeder)씨는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 제기한 5조원대 투자자-국가 소송(ISD)의 재판장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