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형식상 파트너(로펌의 주주 격)로 등기한 ‘무늬만 파트너’ 변호사도 법인 채무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무법인 설립 요건인 파트너 변호사 세 명을 유지하기 위해 지분 없는 변호사를 등기하는 게 일부 로펌의 관행이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6부(부장판사 윤강열)는 K건설사가 B법무법인의 파트너였던 변호사 5명에게 “밀린 월세 등 4억1000만원을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B로펌은 2009년께 K사가 소유한 건물의 한 층을 보증금 4억3700만원, 월세 1700여만원에 빌렸다. B로펌은 2012년 7월부터 월세를 밀렸다. 그러자 K사는 2013년 소송을 냈고 법원은 B로펌이 약 1억원을 지급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B로펌은 이 돈마저 주지 못했고 이듬해 2월 건물에서 나가 그해 11월 해산했다. 이에 K사는 당시 파트너 변호사들에게 월세와 사무실 수리비 등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파트너 변호사 다섯 명 중 두 명은 “B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 등기했던 것은 맞지만 출자금을 납부하거나 구성원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고, 로펌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명은 매달 일정 급여를 받는 고용변호사였고, 다른 한 명은 로펌에 일정 금액을 내고 사무실 일부를 빌려쓴 ‘별산제’ 변호사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로펌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내부적인 사정에 불과하다”며 “변호사법 제58조에 따라 등기한 파트너 변호사는 채무에 연대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등기 변호사의 책임을 규정한 변호사법과 연계된 상법이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적용하는 ‘강행 규정’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개별적 사정이 채권자의 권리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법조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변호사들의 구직난이 심해지면서 이제 갓 법조계에 발을 들여놓은 신입 변호사에게까지 구성원 등기를 강요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며 “경영 악화로 문을 닫는 로펌도 많은 만큼 피해를 보는 변호사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