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역할 포기"…대법, 세월호 선장 살인죄 인정
승무원 15명 전원 징역형…대형 인명사고 '부작위에 의한 살인' 첫 판단

대법원이 세월호 선장 이준석(70)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퇴선명령 등 필요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2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전원일치로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적절한 시점의 퇴선명령만으로도 상당수 피해자의 탈출과 생존이 가능했다"며 "그런데도 선내 대기명령을 내린 채 자신은 해경 경비정으로 퇴선해 결국 승객들이 자신의 힘으로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승객들을 내버려둔 채 먼저 퇴선한 것은 선장의 역할을 의식적이고 전면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씨의 부작위는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살인의 고의성과 관련해 "승객 안전에 철저히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탈출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져 가는 상황을 그저 방관했다"며 "이는 자신의 부작위로 인해 승객들이 사망할 수 있음을 예견하고도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에서 비롯됐으므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대형 인명사고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한 첫 대법원 판례다.

이씨에게는 살인 외에도 생존자에 대한 살인미수, 업무상과실선박매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선박, 선원법·해양환경관리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대법원은 1등 항해사 강모(43)씨와 2등 항해사 김모(48)씨, 기관장 박모(55)씨에게는 살인 대신 유기치사 등 혐의를 적용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1·2등 항해사는 각각 징역 12년과 7년, 기관장은 징역 10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이들을 제외한 3등 항해사와 조타수·기관사 등 나머지 승무원 11명의 상고도 전부 기각하고 징역 1년6월∼3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세월호 승무원들의 재판은 승객들을 내버려둔 채 먼저 탈출한 이씨 등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1심부터 쟁점이었다.

검찰은 이씨와 1·2등 항해사, 기관장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이씨 등에게 살인 대신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정황상 이씨가 퇴선명령을 했다고 봤다.

기관장 박씨에게 살인 혐의가 인정됐지만 승객이 아닌 동료 승무원 2명을 구호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였다.

2심은 이씨의 살인죄를 인정했다.

이씨가 세월호에서 탈출할 때도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여전히 나오는 등 퇴선명령 지시가 없었다는 근거가 더 설득력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이씨의 형량을 징역 36년에서 무기징역으로 높였다.

다른 승무원 3명은 선장의 지휘를 받는 처지인 점 등을 감안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형량도 징역 15∼30년에서 7∼12년으로 줄였다.

이날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따라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의 형사재판이 상당 부분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김한식(73) 대표에게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징역 7년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청해진해운 임직원 4명과 화물하역업체 현장팀장 등도 유죄가 확정됐다.

사고 당시 구조를 부실하게 해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전 목포해경 123정장, 관제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직원 13명은 상고심 심리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