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사기에 울고, 푼돈 범죄…취업난 못 버텨 '멍드는 청춘'
최근 취업준비생(취준생)의 절박한 마음을 악용해 취업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거나 계좌 정보 등을 빼내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직장을 얻지 못한 취준생이 스스로 범죄에 빠지는 일도 늘고 있다.

취준생 대상 사기는 2012년부터 사기극을 벌여온 50대 배모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국방부 산하 비밀조직에 취업시켜 주겠다며 공무원 취직을 희망하는 취준생들을 꼬드겼다. 공무원 취업의 높은 벽에 좌절했던 청년 구직자가 대거 몰리며 340여명이 속았다. 배씨는 이들에게 1인당 최대 3700만원까지 모두 45억원을 뜯어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달 배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8월에는 인터넷에 가짜 구인광고를 올려놓고 이를 보고 연락한 취준생들에게 체크카드를 받아 중국으로 빼돌린 전자금융사기단 일당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취준생들을 “급여계좌로 쓸 체크카드가 필요하다”며 “체크카드가 있어야 회사 출입도 가능하다”고 속였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이 급여계좌, 출입카드 제작 등을 언급하자 취업에 절박한 구직자들이 걸려들었다”고 말했다.

오랜 취업 실패에 따른 좌절감으로 쉽게 돈을 벌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취준생도 늘고 있다. 2013년 지방의 한 대학을 졸업한 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모씨는 사회에서 알게 된 지인으로부터 “월 500만원의 수입에 집과 생활비까지 지원해주는 직장을 알려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알고 보니 그 직장은 중국 칭다오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이었다. 처음엔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장씨는 이내 손쉬운 방법으로 돈을 버는 데 익숙해져 직장이 없던 대학 후배 6명을 조직에 끌어들였다. 경찰은 지난 8월 장씨를 구속한 데 이어 지난달 말 조직원 33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최근엔 인터넷 커뮤니티에 “혼자 사는 여성들의 주소를 적고 있다”며 “일을 그만두고 새벽에 찾아가겠다”는 등 범죄를 암시하는 글을 써 물의를 일으킨 20대 남성 천모씨가 논란이 일자 경찰에 자수한 사건도 있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직업이 없어 집에만 있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와중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취업했다는 글을 보자 ‘남들은 취직을 잘들 하는데 나만 이렇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순간 배가 아파 허위 게시물을 올렸다”고 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