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인구주택총조사, 국민의 다섯 번째 의무
언젠가부터 우리는 전자레인지에 2분만 데우면 따끈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 밥’을 즐기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 신상품은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애음하는 소주의 알코올 농도도 낮아져서 독한 소주보다 순한 소주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젊은 여성층의 사회 참여가 많아지면서 소주 회사들이 앞다퉈 순한 소주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런 사회 변화를 어떻게 쉽게 파악할 수 있을까. 그 답은 바로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 통계조사에 있다.

우리가 조사하는 각종 통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통계는 인구주택총조사(인구센서스)다. 다음달 1일부터 보름간 인구센서스의 본조사가 시행된다. 인구총조사는 10년 단위 혹은 5년 단위로 조사돼 왔으며, 1925년부터 시작해 이번이 제19차 조사다.

그동안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종류의 통계 조사가 이뤄졌다. 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한 국민의 평가뿐만 아니라 선거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각종 여론조사 기관에서 정치적 견해를 묻는 전화가 걸려온다. 이렇듯 수많은 조사를 접하다 보니 일부 국민은 새로운 조사를 하는 것에 대해서 귀찮아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개인정보가 유출돼 다른 용도로 악용될까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구센서스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 90년간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변화를 한눈에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인구센서스는 단순히 사람들에게 흥밋거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주요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초자료가 된다. 예를 들어 홀몸노인에 대한 지원 대책을 수립하려면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교육 정책에서도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서 교육 재정을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가의 판단이 필요하다. 지방 재정에서도 17개 시·도의 지역경제활성화에 어떻게 재원을 배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 모든 일에 기본이 되는 정보 출처가 인구센서스다.

인구센서스가 중요하다고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통계 조사는 표본조사인데, 이 표본을 추출하는 틀이 되는 모집단 자료가 인구센서스라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통계의 80% 이상이 인구센서스 자료를 모집단으로 해 표본을 추출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연구기관, 기업과 민간기관, 일반 국민의 활용도가 가장 높은 통계가 인구센서스다. 학문적 연구에서 인구센서스의 중요성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 이용 건수는 2014년 한 해만도 120만건에 달했다. 기업의 상품개발 및 마케팅 전략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이처럼 중요한 통계 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이 조사가 시작되는 시점에 우려되는 것은 정부의 통계 조사에 불응하는 비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센서스에서 불응답률은 0.4%였으나, 2010년에는 1.7%로 상승했다. 최근 세종시 특별 센서스에서는 불응답률이 6.9%나 됐다. 미국은 정부의 통계조사 응답률이 99%에 달한다고 한다. 필자가 미국 통계청을 방문했을 때 비결을 물어보니 그 답변이 의외였다. “미국 시민들은 애국심이 높고, 통계에 응답하는 것이 시민으로서 일종의 의무라고 느낀다”는 것이었다.

우리 국민의 애국심이 약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다만 국가 기간 통계의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통계 정보는 국가적으로 심각한 비용을 수반한다. 이번 센서스 조사가 국민의 의무라 생각하고 대상이 되는 국민들이 조사에 적극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최강식 < 연세대 교수·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자문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