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회부됐지만 조사권 없어 징계 지연

가수 신해철 씨가 수술 후 합병증으로 숨진뒤 1년이 지났고 그 사이 신씨를 수술한 S병원 강모 원장이 검찰에 기소됐지만 의사 단체는 자체 징계에 대해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작년 12월 초 강 원장의 징계 여부와 절차 등을 산하의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숨진 뒤 한달여 만에 신속하게 윤리위에 회부한 것이지만, 정작 회부된 뒤 11개월 가까이 지났음에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윤리위는 법조인, 언론인, 학자 등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의협은 사실 확인과 당사자 소명 절차 등을 거친 후 강 원장을 징계할지, 징계 수위는 어느 정도로 할지를 정할 방침이다.

징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회원 권리 정지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를 결정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복지부에 면허 정지나 취소 등 행정처분을 의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의협 관계자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인 까닭에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징계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해철 씨는 작년 10월17일 강 원장으로부터 복강경을 이용한 위장관유착박리술과 위축소술을 받았고, 이후 고열과 심한 통증, 심막기종 등 복막염 증세를 보이다 그달 27일 숨졌다.

검찰은 지난 8월 강 원장이 신 씨에게 시술을 하고 나서 복막염과 패혈증 등이 발생한 징후가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숨지게 했다며 강 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의협의 징계 판단이 지지부진 한 큰 원인은 이 단체가 회원에 대한 조사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 권한이 없는 만큼 당사자가 비협조적일 경우 사실 확인도 쉽지 않다.

법정단체인 의협이 의사윤리지침을 위반한 회원에 대해 조사할 권한을 가지려면 의료법에 관련 조항을 포함돼야 한다.

이는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가 회원들을 직접 조사해 자체 징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의협의 경우 회원 권리 정지나 벌금을 직접 부과할 수는 있지만 면허 정지나 취소 등은 직접 조치할 수 없고 복지부에 행정처분만 의뢰할 수 있다.

의협 관계자도 "조사권이 없는데다 면허 정지·취소 등 높은 수준의 징계를 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신속하고 강도높은 징계 결정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