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생활고…'막노동판' 뛰어드는 청춘
지난 2월 서울시내 모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모씨(29). 취업시장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2년이나 휴학한 뒤 늦깎이 졸업을 했지만 취업은 쉽지 않았다.

최근 1년 동안 써낸 입사지원서만 30여개. 부모님 눈치도 보이는 데다 운동 겸 용돈벌이라도 할 생각으로 지난달부터 서울 영등포의 한 주상복합건물 건설현장에 나가고 있다. 취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일당 9만원 안팎의 수입이 없어지면 당장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할 처지다.

체감 실업률이 30%에 육박하는 최악의 청년 취업난 속에 청년들이 막노동판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새로 일하게 된 근로자 5명 중 1명은 20대였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27일 내놓은 ‘2014 퇴직공제 통계연보’에 따르면 건설현장에 새로 진입하는 20대 청년이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건설현장에 진입한 20대 근로자 비중은 21.9%로, 2012년 18.5%, 2013년 20.6%에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퇴직공제 가입 대상이 건설비 100억원 이상(공공부문은 3억원 이상) 건설현장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건설근로자 중 20대 비중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해 건설근로자 퇴직공제에 가입된 전체 근로자 가운데 20대는 13만4531명(9.4%)이었고, 이 가운데 특별한 기술이나 기능이 없는 ‘보통인부(잡부)’의 비율이 37%였다.

이강본 건설근로자공제회 전무는 “건설현장에서 20대 근로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취업난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목공·용접 등 전문기술이 없는 젊은 근로자들은 대부분 단기근로 형태로 막노동판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건설현장 유입과는 별개로 국내 건설현장에 외국인 근로자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건설근로자 퇴직공제에 새로 가입한 근로자 중 외국인 비율은 15.5%로, 2010년 7%에 비해 5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건설근로자 퇴직공제 가입자 중 외국인 근로자 비중도 2010년 5.7%에서 2011년 6.1%, 2012년 6.5%, 2013년 7.1%에서 지난해 7.9%로 급증했다. 건설근로자 10명 중 1명은 외국인인 셈이다. 이 전무는 “특별한 기능이 없어도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곳이 건설현장이라 외국인들이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근로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고용이 불안정한 건설근로자들의 복리 증진과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1997년 설립된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