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기계연합회 회원들은 12일부터 한 달간 매일 민주노총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 민주노총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전국건설기계연합회 회원들은 12일부터 한 달간 매일 민주노총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 민주노총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민주노총은 노동귀족을 감싸면서 말로만 청년을 위한다고 하지 행동은 반대로 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형님들은 그 어떤 패악을 일삼아도 감히 비판하지 말아야 하는 성역입니까?”

지난달 24일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본부 앞에서 청년 10여명이 플래카드를 들고 민주노총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벌인 청년들은 올초부터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매월 집회를 열고 있는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회원들이다. 이 단체의 김동근 대표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는 관심이 없고 노동개혁의 발목만 잡으려 해 시위에 나섰다”며 “노동개혁이 마무리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파업과 노동자 집회를 주도하며 ‘시위의 원조’로 불렸던 민주노총이 시위의 대상이 되고 있다. 11일 이철우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경찰청에 따르면 민주노총 본부 앞 시위는 2010년 2회, 2011년 1회에서 2013년 21회, 2014년 48회로 급증했다.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벌어진 시위도 20회에 달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국민들의 이해관계도 다양해졌지만 민주노총의 노선과 투쟁 방식이 ‘귀족노조 행태’를 보이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위 대상'이 된 '시위 원조' 민주노총
○노동자부터 장애인 단체까지 시위

민주노총 비판 집회를 주도하는 단체는 우파단체만이 아니다. 청년대학생연합처럼 우파 운동단체는 소수다. 노동자나 장애인 단체, 좌파 성향 진보운동단체들의 집회 신고가 더 많았다.

올 들어 8회 집회를 한 ‘전국건설기계 경기도연합회’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12일부터 한 달간 매일 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민주노총에 대한 투쟁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덤프트럭, 포클레인 등의 장비 소유자들인 이들은 “민주노총 때문에 생계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시위에 나섰다. 경기 김포, 파주 등의 건설공사 현장관리소 측이 기존 계약을 무시하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건설기계 사용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전국특수학교학부모연합회가 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 소속 특수학교 교사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서 한 장애 여학생이 변기에 앉아 용변을 보는 사진을 공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인권침해라고 항의하는 학부모에게 한 특수교육지도사가 “이런 애들 용변 치워주고 가르치니 위험수당을 받아야 한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결국 민주노총은 학부모연합회에 사과했다. 진보성향 단체인 자주통일과민주주의를위한코리아연대도 민주노총이 일방적으로 자신들과의 연대를 파기했다고 시위를 벌였다.

○“노조 밖 노동자들의 고통 포용 못해”

민주노총 측은 겉으로는 이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건설기계연합회가 제기한 문제는 산하단체인 건설산업연맹과의 문제로 본부와는 관계가 없는 만큼 집회할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고 말했다. 또 보수 청년단체의 시위에 대해서는 “그들의 주장은 정부의 입장을 받아쓰기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위의 주체에서 시위의 대상이 된 민주노총 입장에선 껄끄럽지 않겠느냐”고 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노총 앞 시위 증가의 원인으로 강경 일변도인 민주노총의 투쟁 방향을 꼽았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는 “정규직 노조가 파업하면 비정규직과 하도급업체 등 약자들이 피해를 보는데도 정규직 노동자의 이익만 대변하는 민주노총의 태도가 반발을 부르고 있다”며 “대중이 보다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면서 노동운동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된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