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 18년 만에 법정 선 패터슨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36·사진)이 8일 사건 발생 18년 만에 법정에 섰다. 쑥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은 패터슨은 시종 긴장한 표정이었다. 입국 당시 길었던 수염은 깨끗이 면도한 상태였다. 자신의 말을 알아듣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매우 조금 알아듣는다”고 영어로 답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7부(부장판사 심규홍) 심리로 열린 패터슨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패터슨을 대리하는 오병주 변호사는 “피해자를 살해한 범인은 에드워드 리(36)”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오 변호사는 “패터슨은 18년 전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정확한 진실 반응을 보였고, 리는 혈압과 맥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현저한 거짓말 반응을 보였다”며 “당시 범행은 리가 환각 상태에서 저질렀으며 이후 교묘하게 진술을 바꿔 패터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패터슨 측은 이번 재판이 한 사건으로 두 번 재판하지 못하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에 어긋나며, 패터슨이 도주한 게 아니라 적법하게 출국했는데도 검찰이 공소시효가 지나기 직전 서류로만 기소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공소사실 요지는 패터슨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고 그 범행에 리가 가담했다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피해자의 상처 등에 비춰 범인은 피해자의 피가 전신에 묻을 수밖에 없는데 사건 직후 피고인은 전신에 피를 뒤집어쓴 반면 리는 옷과 신발, 손에만 피가 묻은 사실과 피고인으로부터 ‘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는 친구의 진술, 칼을 쥐고 현장에서 나왔다는 사실 등을 증거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