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60세 정년 시대의 인사

사업장마다 희비쌍곡선이 엇갈린다. 올해 정년에 걸려 나가는 퇴직자가 있는가 하면, 딱 1년 차이로 3년 이상 더 근무할 수 있게 된 사람도 많다. 고령자고용촉진법에 따라 내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서 60세 정년이 의무화되면서 생기는 일이다.

60세 정년은 그러나 기업에 주는 충격파가 훨씬 크다. 현재 평균적인 정년인 57세와 의무화되는 60세 정년은 3년 차이밖에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3년치를 크게 웃도는 인력 증가를 부를 수밖에 없다. 57세 정년일 때는 ‘최대한’ 일해야 57세라는 뜻이었다. 그 사이에 성과 부진자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직한다. 그러나 법제화된 60세는 ‘최소한’ 그때까지 정년을 보장받는다는 의미다. 이전까지는 가장 오래 근무하는 사람이 57세였지만, 앞으로는 누구라도 60세까지는 회사에 남아 있게 된다.

승진·퇴출의 시스템 한계 노출

당장 직급 인플레를 피하기 어렵다. 임원 직전의 최고 직급을 부장이라고 할 때, 40대에 부장이 되고 정년 때까지 전혀 승급이 없는 경우가 많이 생겨 곳곳에 부장이 넘쳐나게 돼 있다. 사례 조사에 따르면 현재 7.2%인 부장 이상 비중이 2020년엔 16.3%, 2025년엔 23.3%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장 이상 간부가 3분의 2로 직원들보다 더 많은 구조도 예상되고 있다. 연령대 구성도 역(逆)피라미드형으로 바뀌면서 조직의 활력은 크게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 앞에서 경영자들은 당장 인사부터 챙겨야 한다. 인건비 증가 문제가 핵심이 아니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핵심 인재들인 임원과 보직자들이 있고 그 아래 일사불란하게 후배들이 늘어서 있는 기존 조직구조는 깨질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는 모두 더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려고 경쟁하고 그 경쟁에서 밀린 사람들은 공식·비공식 압박에 밀려 퇴사했다. 이런 ‘승진 또는 퇴출(Up or Out) 시스템’은 이제 먹히지 않는다. 승진의 동기가 약해졌고, 퇴출 압박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 안하는 회사’ 되면 大재앙

인사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조직은 급속히 늙어지고 인재는 떠날 수밖에 없다. 관리자로 양성하는 직군과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하는 전문가 직군으로 나누는 복선형(two track) 직군관리방안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 관리자 직군은 정년은 보장할 수 없지만 중요 보직과 성과에 따른 확실한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전문가 직군은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에 가면 임금피크제 적용도 받도록 해야 한다. 당장 올해부터 이 원칙을 세워 두지 않으면 조직은 서로 승진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로 바뀔 가능성이 아주 높다. 조직관리를 위한 인사 과제는 이뿐 아니다. 회사 전체 직무도 재설계해야 하고, 별도의 직급과 직군을 신설하는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 다 같이 나눠 먹기가 아닌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평가제도를 더 엄격하게 바꿔야 할 것이다.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입사 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내려가게 돼 있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50세쯤에서 급격하게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계속 오르는 모순적인 문제를 회사들은 저성과자들을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퇴출시키면서 해결해 왔다. 그런데 이제 그 수단을 쓰기 어려운 60세 정년 시대를 맞게 됐다. 인사 원칙을 새롭게 다듬지 못한 기업의 조직경쟁력엔 막대한 재앙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