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보호단체 '피난처' 방문…난민들 한국생활 어려움 토로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은 17일 "앞으로 우리 사회에 더 많은 난민이 정착해 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이 인권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난민보호단체 '피난처'를 찾아 한국으로 온 난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를 보면 1994년 이후부터 올해 7월까지 우리나라에 난민 등록을 신청한 사람은 총 1만2천208명이다.

이 가운데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4.2%(522명),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은 7.2%(876명)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6천258명(51.3%)은 난민 인정을 거부당했고, 1천651명(13.5%)은 자진 철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난민 신청 사유는 정치적 이유가 28.4%(3천470명)로 가장 많고, 종교 22.6%(2천762명), 내전 8.4%(1천29명) 등의 순이다.

이날 이 위원장은 에티오피아, 이집트, 예멘 등에서 내전, 박해 등을 피해 한국에 온 10여명의 난민이 털어놓는 한국 생활의 고충을 진지한 자체로 경청했다.

10여 년간 중국에서 정치적 박해를 받다 이를 피해 한국에 왔다는 30대 남성 A씨는 "중국에서는 전문가였는데, 한국에서는 신분 때문에 막노동 밖에 할 수 없어 억울하다"며 "한국에서 전문성을 살려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신 9개월에 접어든 시리아 난민 B(여)씨는 "한국에서 지내며 의료보험제도 등 의료 관련 혜택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돌이 안된 아이를 안고 참석한 한 흑인 여성도 "일도 공부도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며 "학교에 가서 더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들의 말을 들은 뒤 "한국이 국력에 비해 난민을 우리 사회로 받아들이는 비율이 적은 상황"이라며 "한국이 다양한 나라에서 온 난민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나라가 되도록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