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국과수·선박안전공단·민간전문가 등 참여
선체 인양 8일 만에 진행…'왜 엔진 꺼졌나' 초점

낚시어선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 전복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선체 합동 감식이 17일 추자도 신양항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 앞에서 이뤄졌다.

선체 인양 8일 만에 진행된 이날 감식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선박안전기술공단, 해난심판원,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 16명이 참여했다.

감식은 오전 10시께 돌고래호 선체에 덮여 있던 방수포를 걷어낸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3D 스캐너로 선체 곳곳을 스캔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엔진과 스크루 등 선체 곳곳을 면밀하게 살펴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분석, 사고 원인을 밝히게 된다.

수사 해경이 돌고래호의 엔진이 꺼진 뒤 너울이 쳐 사고가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만큼 합동감식은 엔진이 꺼진 경위를 밝히는 데 초점이 모이고 있다.

해경은 생존자 3명의 진술을 분석한 결과 엔진 내부 결함, 불량 연료 사용, 침수 여부 등 사고 당시 엔진의 상태를 밝히는 것이 감식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추자도 해역에는 비바람이 강하게 불고 파도가 높게 치는 상황이었는데, 큰 파도가 칠 때 엔진 정지 여부는 선박 전복사고에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자 박모(38)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상 이동 중 잠들어 있었는데 배의 시동이 꺼지면서 선장이 밖으로 나가라고 했고 이후 배가 뒤집혔다"고 말하기도 했다.

엔진 분야 민간 전문가로 참여한 김삼성 한국엔지니어링 대표는 "엔진을 면밀히 분석해 왜 정지했는지 확인할 것"이라며 "내적 요인으로 엔진이 멈췄는지, 아니면 외적 요인 탓이었는지 분석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돌고래호 엔진의 전자제어모듈(ECM·Electronic Control Module)이 심하게 부식되지만 않았다면 이를 복원해 사고 당시 엔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CM을 통해 사고 당시 엔진의 온도나 압력 등에서 이상 증상이 확인된다면 내적 요인으로 인해 엔진이 멈춘 것인지 파악할 수 있으며, 만일 내적 요인에서 이상이 없다면 스크루에 밧줄이 감긴다든지 하는 외적인 요인을 의심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선체 인양이 늦어지며 엔진이 해수에 오래 잠겨 있었기 때문에 ECM을 복원할 수 있을지는 확인해봐야 알 수 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감식반은 또한 선체의 구조가 갑판과 기관실 등으로 단조로운 데 주목하고 애초 설계도면과 달리 증·개축됐는지 등도 자세히 살피고 있다.

복원력 등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선체 구조 변경이 이뤄졌다면 이 역시 문제점으로 지목될 수 있다.

고성림 제주해양경비안전서 해상수사정보과장은 "선체와 기관, 추진기 등을 전반적으로 감식하고 있다"며 "감식 결과 등을 바탕으로 전복 원인을 추정,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말했다.

돌고래호는 지난 5일 저녁 추자도 신양항에서 출항해 전남 해남 남성항으로 가다가 통신이 끊긴 뒤 6일 오전 6시 25분께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전복된 채 발견됐다.

해경은 돌고래호 승선 인원을 21명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13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3명은 구조됐으며 5명은 실종 상태다.

전날 오후 하추자도 해상에서는 돌고래호 실종자로 추정되는 남성 시신 1구가 발견됐으나 시신 훼손이 심해 신원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돌고래호 선체는 사고 나흘 만인 지난 9일 인양돼 추자도 신양항으로 옮겨진 뒤 이날 감식 전까지 파란색 방수포로 덮인 채 보관됐다.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ato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