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사회갈등 비용 연 246조 달해…정부가 중재산업 키우는 이유"
“임대차계약, 층간소음, 저작권, 보험…. 흔히 일어나는 이런 다툼을 중재로 해결하면 사회갈등 비용이 훨씬 줄어들 겁니다. 재판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법무부가 중재산업 육성에 나선 이유입니다.”

홍승욱 법무부 상사법무과장(42·사법연수원 28기·사진)은 법무 관련 경제정책의 야전 사령탑이다. 그는 최근 ‘중재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중재는 공신력 있는 중재기구가 선임한 민간 중재인에게 “사건의 잘잘못을 가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당사자 간에 사전 합의만 있으면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 중재산업진흥법 제정안은 정부가 ‘중재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고 관련 산업을 지원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두는 등의 내용이다.

홍 과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갈등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 대상 24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다”며 “이 때문에 지급하는 경제적 비용은 연간 최대 246조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재는 시간·비용이 재판보다 적게 들고 내용도 공개하지 않는 등 당사자 입장에서 이점이 많아 활성화하면 사회갈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 갈등지수가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21% 늘어난다.

국제중재를 유치해 국부를 늘리겠다는 뜻도 있다. 홍 과장은 “한국은 홍콩에 비해 중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고 지리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어 국제중재 유치에 경쟁력이 있다”며 “동아시아의 중재 선진국인 홍콩과 싱가포르를 따라잡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국제중재 사건의 심리가 국내에서 열리면 글로벌 기업 등 당사자들은 중재인 및 대리인 보수, 중재시설 임대료, 숙박비 등 적지 않은 돈을 국내에서 쓴다. 사건 하나당 25억원이 들어온다는 조사도 있다.

홍 과장은 “글로벌 기업에 중재지로서 한국의 선호도를 높이는 방안을 대한상사중재원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항에서 서울 광화문 서울국제중재센터(SIDRC)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편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한국 중재기구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