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충북 청주의 한 조합장에 당선된 A씨(54)는 당선 무효 위기에 처했다.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 B씨(64)의 사무실에 찾아가 당선을 도와달라며 현금 100만원을 건넨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그는 1심 재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화된다.

농·축·수협 및 산림조합 조합장을 한꺼번에 뽑은 ‘3·11 동시선거’를 치르면서 전국에서 이 같은 선거 비리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3·11 선거 과정에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달 말까지 49명이 구속되고 702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6개월인 선거 관련 공소시효 소멸을 앞두고 금품 살포 등 각종 비리 의혹이 있는 1632명을 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사 및 내사한 결과다.

선거사범 유형을 보면 금품·향응 제공이 956명(58.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전 선거운동 300명(18.4%), 후보비방·허위사실 공표 189명(11.6%), 임직원 선거개입 29명(1.8%)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중 조합장 당선자 14명이 구속됐고, 156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상대 후보를 악의적으로 비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작년 4월부터 조합원 260여명에게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사전선거운동을 했다가 벌금형(150만원)을 선고받은 제주도의 한 조합장 당선자 C씨(57) 등이 단적인 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을 개연성이 높아 무더기 재선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폐쇄적인 조합장 선거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이 농민이나 어민의 이익 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폐쇄적 단체이다보니 선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에서 개입할 여지가 없어서다. 부산의 한 수협 조합원은 “명함 배포와 공식 선거공보 발송, 문자메시지 전송 외에는 모두 불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은 “조합장이나 이사의 권한이 막강하지만 견제할 대의원회나 이사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