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삼성동 현대자동차 사옥에서 열린 ‘현대차 잡페어’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인사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지난 4일 서울 삼성동 현대자동차 사옥에서 열린 ‘현대차 잡페어’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인사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기업이 중요시하는 스펙은 직무 경험과 학업 성적뿐이다.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자격증 등 스펙보다는 자신의 역량을 잘 녹여 쓴 자기소개서가 입사의 당락을 가를 것이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올 하반기 취업준비생들에게 건넨 조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6일 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 인사담당자들이 말한 채용 포인트를 전했다. 이들은 “자기소개서는 회사의 가치와 인재상에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연결시켜 관심을 유발하도록 써야 한다”며 “인성검사는 솔직하게 답하고, 면접에선 왜 회사가 자신을 뽑아야 하는지를 당당하게 표현하라”고 당부했다.

스펙보다 자기소개서

올해 하반기 대기업 전형의 가장 큰 특징은 ‘스펙’이 약해지고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더욱 강화됐다는 것이다. 삼성은 지원서 단계에서 직무적합성 평가와 창의성 면접을 도입했다. 창의성 면접은 전공과 무관한 문제에 대해 지원자가 독창적 아이디어를 전개하는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한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부터 스펙을 대거 정리했다. 사진, 부모 주소, 외국어 구사능력, 석·박사, 전과 및 편입 여부를 적는 난을 없앴다. 동아리, 봉사활동 항목도 삭제했다. 올 하반기엔 학회활동 기재란도 사라진다. 대신 지원 동기와 가치관을 묻는 항목을 추가했다. SK는 올 상반기부터 학력과 전공, 학점 등 기본적인 정보를 제외하고는 스펙을 일절 보지 않는다. 해외영업, 제약 연구분야 등 특정 직무에 한해서만 어학과 자격증을 요구한다. 회사 관계자는 “자기소개서는 SK 구성원으로서 갖춰야 할 가치관과 행동규범을 검증하는 가장 중요한 항목”이라고 말했다. LG는 자기소개서에서 △지원자의 열정 △성공·실패 경험 △입사 후 10년간 계획을 묻는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말하는 채용 포인트
인성 검사는 솔직하게

롯데는 하반기에 대졸 950명, 동계인턴 450명을 뽑는다. 40%를 여성으로 채울 계획이다. 인·적성(L-TAB), 토론, 영어, 역량, 임원면접 등 다섯 가지를 하루 동안 보는 ‘원데이면접’이 특징이다. 내년 7월 입사자라면 채용전환형 인턴(50% 안팎 정규직 전환)을 노려볼 만하다.

포스코는 전공별 모집을 철폐하고 직군별로 모집한다. 인문계 출신도 기술공학 지식이 있으면 기술계를 지원할 수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기소개서에 본인의 경험이 회사의 어떤 역할에 적합한지를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며 “‘포스코 공장의 웅장함에 반했다’ ‘나는 비빔밥 같은 사람이다’ ‘나는 회사 인재상에 적합한 사람’ 등의 표현은 쓰지 말라”고 조언했다.

대한항공은 하반기에 540여명을 채용한다. 인·적성시험을 없앤 대신 면접을 세 차례로 강화했다. 현대중공업은 서류에서는 전공, 어학, 학점을 비롯해 자격증, 수상경력 등을 심사한다. 올 상반기부터 자체 개발한 인·적성시험 ‘해치’를 본다. 이공계는 공학기초시험도 별도로 치른다.

KT는 지역안배 채용을 하기 때문에 지방대 출신에 유리하다. 회사 관계자는 “면접 때는 바로 답하기보다는 2초 정도 생각하고 답변하는 게 진정성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LS전선, LS산전, LS엠트론 3개사에서 채용을 진행하는 LS는 서류전형에서 최종 합격자의 6배수를 뽑는다.

대림산업은 1차면접에서 찬반토론 평가를 통해 지원자의 발표력과 표현력을 확인한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복지팀장은 “지원자의 경험이 회사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자기소개서에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