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로스쿨 장학금의 역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들이 등록금과 장학금을 함께 낮추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주요 로스쿨 사이에서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재야 법조계에서 “로스쿨 등록금이 너무 비싸 저소득층 학생은 다닐 수 없다”는 여론이 적잖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반(反)로스쿨 정서가 강한 변호사 단체들이 이런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로스쿨은 “등록금이 비싼 대신 장학금을 많이 준다”고 해명했지만 비판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 “등록금 인하 요구를 수용하되 재정적자 심화를 막기 위해 장학금도 함께 줄이겠다”는 구상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실제로 이대로 바뀌면 ‘로스쿨은 돈스쿨’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변호사 단체가 환영할 일이다. 한 변호사 단체 임원은 “장학금을 많이 주는 건 지속 가능성이 없고 등록금을 낮추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말 이런 방법대로 한다면 저소득층이 로스쿨에 들어오기가 더 쉬워질까.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오히려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등록금과 장학금을 통한 소득 재분배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등록금을 많이 매기고 가계곤란 장학금을 많이 주면 등록금을 학생 경제력에 따라 차등 부과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등록금과 장학금을 줄이면 결과적으로 경제력과 관계없이 비슷한 금액의 등록금을 내는 학생이 지금보다 많아진다.

역설적인 상황이다. 저소득층을 위한다고 하는 주장이 되레 저소득층에 해가 되려고 하니 말이다. 변호사 단체가 로스쿨을 비판하는 데 신경을 많이 기울이다보니 벌어진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배경에는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와 로스쿨 간 점점 심해지는 감정싸움이 있다. ‘미운 사람은 어떤 짓을 해도 밉다’는 말처럼 로스쿨은 사시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변호사 단체에서 최근 거의 조건반사적인 비난의 대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비판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미운 건 미운 거고 사건은 사건이다. 냉정하게 현실을 보고 객관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면 자칫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

로스쿨 입장에서도 장학금을 낮추는 건 대안이 될 수 없다. 물론 장학금과 등록금을 같은 비율로 줄이면 “장학금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겠다”고 했던 인가 당시 정부와의 약속을 깨지 않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저소득층에 열린 로스쿨을 만들겠다”고 했던 국민과의 약속을 깨는 일이다. 당장의 소낙비를 피하기 위해 우리 법조계의 미래를 저당잡히는 셈이다. 오히려 가계 곤란 장학금을 늘리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바람직하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