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북시장의 장날인 24일 장마철 궂은 날씨에도 많은 소비자가 찾아와 시장통이 붐비고 있다. 송북시장상인회 제공
송북시장의 장날인 24일 장마철 궂은 날씨에도 많은 소비자가 찾아와 시장통이 붐비고 있다. 송북시장상인회 제공
/경기 평택시 지산동에 사는 주부 이상아 씨(38)는 인근 송북시장에서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시장으로 발길을 향한다. 평택 인근에서 나는 채소와 방울토마토 등 싱싱한 농산물을 노점에서 싼값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노점에서 흥정하며 물건을 사는 재미뿐만 아니라 눈요깃거리도 많다. 5만원 이상 사면 5000원짜리 온누리상품권을 사은품으로 주는 것도 이 시장의 매력이다.

상설시장과 5일장의 투톱 시스템

[5일장으로 되살아난 골목시장] 평택 송북시장 속 '추억을 파는 5일장'…서울서도 찾아 손님 두 배로
평택 송북시장은 130여개 상설점포와 매달 4·9·14·19·24·29일 열리는 5일장이 혼재돼 있다. 5일장은 1996년부터 시작됐지만 대형마트에 밀려 매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 시장의 매출과 방문객이 다시 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5일장을 무대로 한 판촉행사가 활발히 전개된 이후였다. 5일장이 서는 날 방문객은 2012년 1500여명에서 지난해 2000여명으로 30% 이상 늘었고, 상설점포들의 연간 총매출은 2012년 33억여원에서 50억여원으로 50% 이상 늘었다. 원철재 송북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장날이 되면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고 싶어하는 손님들이 서울에서도 내려온다”며 “장날 방문객이 상설점포의 단골고객이 되기도 해 5일장은 송북시장 부활의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5일장 때 판촉행사는 가격 할인과 추억만들기 행사 등으로 다양하다. 손님에게 무료로 캐리커처를 그려주거나 즉석 포토 이벤트를 통해 머그컵에 사진을 새겨주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송북시장에서의 추억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다. 5만원 이상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5000원짜리 온누리상품권을 사은품으로 준다. 김서현 상인회 사무장은 “장날이면 최소 2000명 이상 방문하는데 이는 평일의 2배를 넘는다”며 “지역 주민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공동구매하는 이벤트나 전국 지역별 요리경연대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5일장이 번성한 또 다른 이유는 이곳에서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의 단합이다. 김 사무장은 “5일장에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싸게 책정해 팔면서 대형마트나 다른 시장에서 쇼핑했던 소비자들이 5일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상설시장의 경쟁력

상설시장의 가격경쟁력도 만만찮다. 1950년대 도매시장으로 출발해 지금도 도소매 겸영 시장으로 운영된다. 송북시장은 1950년대 후반 이 지역에 미군기지가 생기면서 평택시 인근 농촌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농민이 직접 가지고 나와 판매하는 상설도매시장으로 시작했다. 송북시장의 옛 이름이 ‘아침시장’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980년대에 소매를 병행하면서 지금도 대부분 청과가게는 도소매 영업을 겸하고 있다. 전창기 상인회 총무(성환장터국밥 대표)는 “아침시장 시절에는 가락시장과 같은 대형 도매시장이 생기기 전이라 생산자들이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새벽부터 시장에 갖다놓으면 동네 소매상이 몰려와 물건을 떼어가곤 했다”고 설명했다.

평택 일대에 농축산물 생산 및 유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것도 송북시장의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나 돼지를 키우는 농가가 많고, 도축장이 인근에 있어 신선한 고기를 송북시장 내 7개 정육점이 공급받을 수 있다. 원 회장은 “고기를 먹을 때 필수 식품인 쌈채소의 품질이 가장 좋은 곳도 평택”이라며 “신선식품을 저장할 수 있는 냉장·냉동창고를 보유한다면 소비자에게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정부와 지자체에 관련 예산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우특화거리로 승부수

상인회는 시장 내 7개 정육점과 일반 식당 5곳을 대상으로 체인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다가 식당에서 구워 먹는 방식이다.

김진수 상인회 부회장은 “시장에서 1.5㎞ 떨어진 고덕신도시에 내년 말까지 6만명의 인구가 새로 들어오고 미군 가족도 6만명으로 늘어날 예정이어서 시장 안에 이들의 외식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한우특화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철재 회장은 “한우특화거리에서 4인 가족이 4만원으로 1등급 한우 600g과 술, 채소를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지금은 정육점이 흩어져 있지만 오는 10월 아케이드 공사가 완료돼 정육점이 밀집된 한우특화거리가 조성되면 송북시장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선식품 저장창고를 보유하면 산지 직거래와 숙성 판매가 가능해져 일반 고깃집들이 따라오기 힘든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평택=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 공유
  • 프린트
  1. 1

    최고급 호텔 벨맨, 마스터키로 객실 무단침입·몰카 '충격'

    서울 시내 5성급 호텔에서 근무하던 남성이 투숙객과 직장 동료 등을 상대로 불법 촬영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남성은 투숙객이 방을 비운 사이 속옷이나 신분증 등을 몰래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지난 18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이 호텔에서 근무하던 20대 남성 A씨가 화장실에 숨어서 여직원을 몰래 촬영하다 발각됐다.호텔은 경찰에 신고하고 지난해 11월 해고했다.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추가 범행이 드러났다.이 남성은 고객의 짐을 객실로 옮겨주는 '벨맨'으로 1년 이상 일했고, 모든 객실 문을 열 수 있는 마스터키를 갖고 있었는데 이를 이용해 여러 객실에 무단 침입한 것.그의 휴대전화에는 투숙객들의 속옷과 신분증 등을 촬영한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A씨를 상대로 불법 촬영과 주거침입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 중이다. 호텔 측도 직원들의 마스터키 이용기록을 전산화할 방침이다.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2. 2

    "AV 배우 신변 우려"…떠돌던 성인 페스티벌, 결국 취소

    여러 지자체의 반대에 부딪힌 성인 페스티벌 '2024 KXF The Fashion'이 출연 배우의 신변 보호를 이유로 개최를 전면 취소했다.페스티벌 주최 측인 플레이조커는 18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금 일본 여배우 소속사와 긴급회의를 마쳤다"며 "이번 '2024 KXF The Fashion' 페스티벌 행사가 취소됐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해당 행사에는 일본 성인물(AV)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배우의 소속사 측에서 신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는 것이었다.플레이조커는 "일본 소속사 측은 KXF 행사로 인해 각 지자체가 떠들썩하고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여성단체의 반발이 극에 달한 이 상황에서 행사에 참여하는 여배우의 신변이 보호될 수 있냐는 입장"이라며 "일본 소속사 측은 '신림역 칼부림 사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있냐고 물었다"고 전했다.이어 "정부와 싸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여배우의 신변 보호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었다. 안전사고에 대비해 경호 인력 49명과 보조 인력 27명을 채용했다고 전달했지만, 경호원이 감싸고 있는 상황에서조차 '이재명 피습 사건'이 일어나는데 신변 보호에 장담할 수 있냐는 일본 소속사 측에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다만 이날 서울 강남구청이 "주점을 찾아 행사장 대관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주점 관계자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플레이조커는 "허위 사실"이라며 "대관업체는 KXF 행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던 부분에서 이런 횡포가 있어 참담함을 표현했다"고 밝혔다.이 페스티벌은 앞서 지자체의 반대에 부

  3. 3

    정부, "내년 의대 증원 규모 축소" 대학 총장들 건의 수용할 듯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를 일부 조정할 수 있게 하자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19일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할 전망이라고 정부와 대통령실 관계자 등이 밝혔다.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의대 증원 2000명이란 숫자에 대해서는 열려 있다”며 “의견을 가져오면 당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대본이 최대한 빨리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입시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확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는 당초 정부가 제시한 연 2000명 증원 규모에 매몰되지 않고 의대가 자율적으로 정원을 조정하면 이를 수용하겠다는 취지다. 한 총리는 중대본 회의에서 의대 증원 규모 조정안을 논의한 후 직접 브리핑에서 밝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앞서 6개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들은 2025학년도 대입에서 증원된 의대 정원을 상황에 따라 절반까지 줄여서 모집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는 당초 2000명에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더 나아가 내년 이후 의대 정원 규모가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2000명 늘린 정원을 5년 이상 유지해 2031년부터 매년 2000명씩 의사를 배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상황에 따라 내년 이후 증원 규모도 논의 테이블에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