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SK케미칼, 항생제 안 쓴 세포배양백신 상용화…계란 알레르기 환자도 독감백신 맞을 수 있다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어린이 및 성인 환자가 자유롭게 맞을 수 있는 독감백신이 국내 기술로 올 하반기부터 첫선을 보인다. 유정란을 사용하는 기존의 독감백신 제조법과 달리 국내에서 처음으로 세포배양방식기술로 만들어진 백신이다. 유정란 백신과 달리 항생제로부터 자유로운 점도 세포배양방식 독감백신의 강점이다.

SK케미칼은 지난해 12월 세포배양3가(세 개의 단백질 결합) 독감백신의 국내 시판 허가를 획득하고 올 하반기 백신 접종 시즌부터 공급에 들어간다. 생후 6개월 이상 만 18세 이하 소아·청소년까지 포함하는 세포배양 독감백신으로는 최초 제품이다. SK케미칼은 현재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4가 독감백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정란 백신 문제점은

기존의 독감백신은 계란에서 생산된 ‘유정란 백신’이 대부분이다. 1970년대 개발해 지금까지도 접종하고 있다. 유정란 백신은 계란을 이용해 백신을 생산하므로 생산에 약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 또 계란에 직접 바이러스를 주입해 백신을 배양하다 보니 주위 여러 세균과 바이러스 등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할 수밖에 없다. 백신을 생산하고 난 뒤 계란 폐기물 처리도 골칫거리다.

특히 유정란 백신은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접종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계란 알레르기는 두드러기나 혈관 부종을 일으킬 뿐 아니라 심하면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 쇼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독감백신 접종 시 계란 알레르기 여부를 꼭 확인하도록 당부한다.
[Health] SK케미칼, 항생제 안 쓴 세포배양백신 상용화…계란 알레르기 환자도 독감백신 맞을 수 있다
생산 기간 줄이고 안전성 높이고

유정란 백신기술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세포배양 독감백신이다. 201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최초로 승인됐으며 국내에선 지난해 SK케미칼이 상용화에 처음 성공했다. 세포배양 독감백신은 백신 제조과정에서 유정란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계란 알레르기와 상관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배양에서 접종까지 6개월가량 걸렸던 제조 기간도 2개월로 크게 단축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홍콩독감 등 대규모 신종변형 감염질환 유행 시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세포배양 독감백신은 제조과정에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 항생제 내성이나 특정 항생제에 대한 과민반응 여부에 상관없이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생후 6개월부터 매년 1회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아이를 둔 주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한국리서치에서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세포배양 독감백신 인식 조사’에선 절반에 가까운 주부가 접종에 긍정적 의사를 나타냈다.

SK케미칼이 개발한 세포배양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는 기존 백신에 비해 더욱 정제된 표면항원 백신이다. 사백신 중 면역에 기여하지 않으면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은 제거하고 면역반응에 효과적인 성분만을 정제해 항원으로 사용했다.

여러 바이러스 성분 중 항체 형성에 중요한 표면항원인 ‘HA’와 ‘NA’만을 분리한 백신으로 백신 자체의 순도가 높아 다른 백신에 비해 국소 및 전신 부작용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기관 조사 자료에 따르면 표면항원 백신은 분할바이러스 백신에 비해 국소 이상 반응은 14.6%, 전신 이상 반응은 9.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대규모 유행성 독감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백신의 안전성도 높기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포배양백신

세계적 전염병 등 팬데믹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된 독감백신 제조기술. 유정란 없이 배양탱크에서 백신을 만드는 세포배양 독감백신은 생산에서 접종까지 기간이 유정란 백신보다 세 배가량 빠른 것이 최대 장점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