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층 정년보장, 청년층 채용확대
인건비 부담 줄이고, 생산성은 향상
백인일보 마음가짐이 절실한 시기"

한광옥 <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
[기고] 임금피크제, 세대간 상생 위한 첫걸음

지난해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우리 사회의 관심 속에 많은 인기와 큰 호응을 얻었다. 주인공 이름인 ‘장그래’는 취업 문제 등으로 힘들어하는 우리 시대 청년을 대표하는 고유 명사가 됐다. 드라마 속 가상의 이야기로 끝났으면 좋겠으나, ‘미생’은 지금 한국 사회의 청년들이 겪고 있는 힘든 일상을 생생하게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2016년 9.7%, 2017년 10.2%, 2018년 9.9% 등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한다. 2016년 31만9000명 등 매년 32만명 정도의 대학졸업자가 배출되지만, 2016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을 시작으로 만 60세 정년 연장이 시행되면서 은퇴자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미래 세대를 짊어질 우리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시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피크제는 시의적절하고 도입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하겠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조정하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고 절감된 재원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올해 전체 316개 공공기관에 이를 도입하고, 앞으로 민간 기업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에 따른 기존 중장년층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과 함께 신규 채용을 증가시켜 청년 구직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고 본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훈련된 인력을 활용함으로써 생산성 향상도 이끌어낼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국민대통합위원회는 국민 대통합을 위한 미래 가치를 논의하는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대토론회에서는 사회 각 분야를 대표하는 국민 토론자 1000여명이 모여 국민 대통합을 위한 미래가치로 ‘상생(相生)’을 1순위(36.4%)로 선정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10대 남학생이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상생을 중요한 가치로 인식했다. 앞으로도 상생은 중요한 가치로 삼아야 한다”면서 국민 대통합을 위한 미래가치로 상생을 선택한 이유를 또박또박 말하던 장면이 기억에 생생하다.

임금피크제가 바로 ‘상생’, 그 중에서도 ‘세대 간의 상생’을 구현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임금이 일부 조정되는 중장년층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아들세대를 위해 조금씩 배려하는 미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중장년층 근로자의 정년 보장과 청년층에 대한 신규채용으로 신·구세대 간의 상생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세대 간 상생은 결과적으로 사회갈등을 극복하고 국민 대통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필자는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에 초대 노사정위원장을 맡아 출범 20여일 만에 재벌개혁, 실업대책, 노동기본권 신장,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대타협을 도출해 냄으로써 외환위기를 진정시키고, 노·사·정 협력의 새 지평을 열어 국난 극복의 계기를 마련한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을 통해 ‘상생의 길’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가는 원동력이라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 우리는 한 사람이 100보를 가는 것보다 100사람이 한 걸음 가는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백인일보(百人一步)’의 마음가짐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살고 있다. 한 세대만 혼자 걸어나가기보다는 다른 세대와 함께 걸어나간다면, 더군다나 젊음과 기백으로 무장한 청년 세대와 함께 한걸음 한걸음 같이 걸어나간다면 그 힘은 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광옥 <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