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300가구 이상 아파트에 회계감사를 의무화했지만 상반기까지 시행에 들어간 단지는 5.7%(571개)에 불과하다고 한다(한경 7월3일자 A1, 3면 참조). 난방비 부과 문제로 비롯된 소위 ‘김부선 사건’ 이후 대형아파트 회계감사 제도를 주택법에 반영했지만 이처럼 겉돌고 있는 것이다.

관리비 비리를 바로잡자는, 들끓던 요구들이 막상 돈 문제가 되자 전혀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당혹스럽다. 가구당 월 1000원 남짓한 비용이 외부감사 제도를 외면하는 주된 요인이라는 관리업체나 입주자대표 단체들의 변명부터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주택관리사협회나 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 같은 데서 줄곧 이 제도에 반대하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인 관리사무소의 내밀한 장부와 사연 많은 살림살이를 여전히 공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대형 아파트의 회계장부가 국토교통부를 통해 공시되는 상황에서 외부감사가 의무화된 게 또 하나의 규제라는 주장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파트 비리가 끝이 없는 현실을 볼 때 꼭 규제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부담이 늘어난다며 입주민을 핑계 대지만 ‘아파트 관리족(族)’의 체질이 아직 제대로 바뀌지 않은 탓이 더 클 것이다. 진정 비용이 문제라면, 연 1만원이 아니라 그 이상 부담이 돼도 투명한 장부를 만드는 게 전체 주민에게 훨씬 이득이다. 겉으로 1만원 아끼고 뒤로 10만원 새나가면 무슨 소용인가. 회계업계가 아파트 관리비 감사 시장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값싼 수가 때문일 것이다. 아파트 관리족들은 감사보수를 턱없이 적게 책정해 회계사 입찰을 무산시킨다고 한다. 전문가를 동원할 때는 최소한의 적정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안전에도 적정한 비용이 필수라는 사실이 세월호 참사 때 확인됐다. 투명사회로 가는 데도 비용, 코스트는 당연히 수반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