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액 결정이 결국 시한을 넘겼다. 최저임금 결정 법정 시한인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위원(경영계) 9명은 참석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을 겪고 있는 이유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쟁 때문이 아니다. 지난 18일 5차 전원회의에서 경영계는 동결안을, 노동계는 올해보다 79.2% 올린 시급 1만원을 요구한 이래 최저임금액에 대한 논의는 이뤄진 적이 없다.

최저임금위원회가 가동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는커녕 회의내용 공개 여부와 결정단위 표기 방식 등을 놓고 노사 간에 갈등을 겪고 있다. 상황은 이렇다. 회의록 공개 여부를 놓고 보름가량을 허비했던 위원회는 지난 18일 각 측의 첫 ‘패(요구안)’를 공개했지만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지난 25일 공익위원 측에서 ‘현재 시급으로만 돼 있는 최저임금을 월급으로도 표기하자’는 안을 내놓았고 노동계가 이에 적극 찬성하면서 경영계는 즉각 반발, 전원 퇴장했다.

노동계와 공익위원 측은 최저임금을 시급은 물론 월급으로도 명시해 PC방·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휴일수당(유휴수당)’을 못 받는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을 월 209시간 기준의 월급으로 계산할 때는 주 40시간이 아닌 주 48시간의 임금이 적용된다. 하루 8시간씩 5일 근무하면 하루치 임금이 유급 휴일수당(유휴수당)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계는 시급·월급 병기 주장에 대해 “최저임금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업종 특성상 월급으로 표기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차라리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하는 것이 낫다”고 맞서고 있다.

위원들 간 감정도 좋지 않다. 그간 일곱 차례 회의 과정에서 노사 간에는 ‘알량한’ ‘나이도 어린’ 하는 식의 언쟁이 있었고 일부 공익위원의 편향적 발언도 문제가 됐다.

법정 시한을 넘겼지만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는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은 내달 중순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최저임금은 매년 8월5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종 고시해야 하지만, 고시 전 20일간의 노사 이의제기 기간을 감안하면 7월15일이 마지노선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강제조항이 없어 1996년의 경우 7월24일에야 1997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시급·월급 병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 안건에 대해 내달 3일 표결에 부치기로 하고 6일과 7일에 최저임금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세종=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