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순직경찰 329명…평균수명, 일반 국민보다 17년↓
자살기도자 구조하다 실종된 故 정옥성 경감 등 희생 기려야
순직경찰 인정 기준 모호한 현행법 개정 요구 이어져
지난해 7월27일 조민수 경기기동단 수경의 순직일을 맞아 대전 국립묘지를 찾은 조 수경의 어머니가 아들의 비석을 어루만지고 있다. 유족 제공

지난해 7월27일 조민수 경기기동단 수경의 순직일을 맞아 대전 국립묘지를 찾은 조 수경의 어머니가 아들의 비석을 어루만지고 있다. 유족 제공

[경찰팀 리포트] 순직경찰 한해 20여명…시민안전 지키다 ★이 되다

2000년 이후 329명의 경찰관이 순직했다. 지금도 전국에서 묵묵히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경찰관들이 있다. 한국이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치안수준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이들이 있다. 경찰청과 한국경제신문은 공동으로 ‘당신이 영웅입니다’라는 기획을 통해 순직자를 포함, 헌신적인 경찰관을 매달 한 명씩 선정해 소개할 예정이다.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합니다. 민수는 앞으로 평생 제 머릿속에 스물한 살 청년으로 남아 있겠지요.”

[경찰팀 리포트] 순직경찰 한해 20여명…시민안전 지키다 ★이 되다

조공환 씨(52)는 매년 여름이 되면 가슴이 미어진다. 4년 전 경기기동단 11중대에서 수경으로 근무하던 외아들 민수씨가 세상을 떠난 계절이어서다. 민수씨는 2011년 7월27일 동두천의 한 하천 철조망에 매달린 시민을 구하려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아들의 순직 후 조씨 부부는 경기 수원을 떠나 인근 농촌으로 내려갔다. 조씨는 “아들과의 추억이 있는 공간에 계속 지내는 것을 아내가 힘들어했다”며 “조용한 곳에서 잃어버린 아들을 기리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곁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관은 업무 특성상 잦은 위험에 노출되고 업무 중에 순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순직자의 사연은 곧 잊혀지고 슬픔은 남겨진 유족과 동료들의 몫이 된다. 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인천 강화군에 사는 한정주 씨(44)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장남이 “아버지를 따라 경찰관이 되겠다”고 할 때마다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론 가슴이 아프다. 한씨의 남편인 정옥성 경감은 2013년 인천 내가파출소에서 근무하다 순직했다. 강화군 외포선착장에서 바다로 뛰어든 자살기도자를 구조하기 위해 함께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실종됐다. 자살기도자의 시신은 사흘 만에 발견됐지만 정 경감의 흔적은 끝내 찾지 못했다. 한씨는 “남편의 묘를 방문하기 위해 대전 국립묘지를 찾을 때마다 수많은 순직 경찰관의 묘비를 보면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순직자는 함께 근무했던 동료 경찰관에게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강기중 경남경찰청 인사계장은 피의자가 경찰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2007년 진해경찰서에서 함께 근무한 조재연 경사가 생각나서다. 창원경찰서 방범순찰대로 근무지를 옮긴 조 경사는 2011년 1월3일 창원시 회현동 미용실에서 강도와 격투를 벌이다 흉기에 찔려 숨졌다. 강 계장은 그를 “작은 체격이었지만 항상 웃는 얼굴로 겸손하게 근무하던 동료였다”고 회상했다. “순직 후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했는데 칼에 찔린 상태에서도 강도를 잡기 위해 뛰더라”며 “대단하다고 느끼면서도 범인을 잡으려 자신의 몸은 챙기지 않는 경찰이라는 직업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2008년 7월 박상권 인천 영흥파출소 경위가 파출소 내에서 권총자살했을 때도 많은 동료가 충격에 빠졌다. 2002년 8월21일 검문 중 도난차량을 발견하고 피의자를 검거하려던 박 경위는 해당 차량이 급출발하면서 머리를 다쳐 뇌경색을 앓게 됐다. 이후 계속 병세가 악화되는 것을 비관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금은 충남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동료는 “온순하고 모범적으로 살던 동료가 그렇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건국 후 순직한 경찰관은 1만3540명이다. 이 중 1만여명은 1948년 여수·순천반란 사건과 6·25전쟁 중에 사망했다. 이후 치안 일선에서 일하다 순직한 경찰관은 3172명이다. 2009년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경찰관의 평균수명이 62.8세로 국민평균 수명(79.8세)보다 17년이나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은 “군인순직자에 비해 경찰순직자는 빨리 잊혀진다”고 아쉬워했다. 조씨는 “아들과 같은 순직경찰관들의 사례를 교육자료로 만들어 학교와 경찰에 배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씨는 “많은 시민이 남편을 추모해주고 있는데 그 같은 기억이 오래 지속됐으면 한다”고 했다.

모호한 순직경찰관 인정 기준도 문제다. 국민연금공단에서 규정하는 순직은 위험업무를 하다 사망한 경우로 한정한다. 과로사, 업무 중 시설 등에 부딪혀 사망한 경우 등은 공무상 사망으로 본다. 공무상 사망은 국가유공자 대우를 받기 어렵고 유족연금 수령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경찰청 관계자는 “야간순찰을 하다 사망해도 순직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행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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